아이리시스 2012-10-18  

 벌써 가을인가! -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하나의 영구불변(永久不變)의 태양을 아끼는가. 설령 우리가 옮겨가는 계절의 사이사이에서 사멸하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 천계의 광명의 발견에 관여할 각오를 정한 이상에는.

 

 가을이다. 자욱하게 서 움직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떠오르는 우리들의 배는, 비참의 항구를 향하여, 화염과 진흙이 붙은 하늘이 짊어진 거대한 거리를 향하여, 뱃머리를 돌린다. 아아! 썩은 누더기여, 비에 젖은 빵이여. 곤드레 만드레로 취한 취기여.

 

(중략)

 

 -때로는, 나는 환희하는 백인종들로 뒤덮힌 끝없는 모래밭을 하늘에서 본다. 금빛의 거선(巨船)이, 내 머리 위에서, 아치의 미풍에 색색이 깃발을 내린다. 나는 모든 축제(祝祭)를 모든 승리를, 모든 드라마를 창조하였다. 나는 새로운 꽃들을, 새로운 별들을, 새로운 육체를 새로운 말을 발견하려고 시도하였다. 나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몇 개 획득한 것으로 믿었다. 그것이, 어쨌단 말이냐! 나는 지금 나의 상상력과 나의 추억의 갖가지를 땅 속에 묻어야 한다!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中

 

 
 
2012-10-18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9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