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의 생각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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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층 종교는 지금의 내가 잘되기 위해 믿는 종교라면 심층 종교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참나를 찾고자 하는 종교입니다.

표층 종교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반면 심층 종교는 이해와 깨달음을 중요시합니다.

표층 종교는 경전의 문자에 매달리는 문자주의라면 심층 종교는 문자 너머에 있는 속내를 꿰뚫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표층 종교는 절대자를 나의 밖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심층 종교는 나의 밖에서뿐만 아니라 내 안에서도 찾습니다.

표층 종교는 주로 내세 중심적이지만 심층 종교는 지금 여기에서 의미 있는 삶, 환희와 기쁨의 삶을 강조합니다.

표층 종교는 모든 사물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반면 심층 종교는 모든 것이 서로서로 연결되고 의존되어 있고, 근본적으로는 하나라고 믿습니다. (132)

 

오강남 선생님의 생각을 읽으며, 교회나 절에 가지 않더라도 종교 없는 종교 생활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위안이 들었다. 나는 종교가 참 좋아 보였다. 어린 시절 엄마 따라 절에서 잠을 자고 절 밥을 얻어먹는 추억도 떠오르고, 엄마가 부처님 앞에 기도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엄마를 보노라면 종교가 주는 위안은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자식 잘 되라고 맞춤법이 전혀 맞지 않는 글씨로 노트에 빼곡히 주문과 같은 글을 쓰다가, 본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인생의 우여곡절들이 받아들여지면서 편안해지셨다고 했다. 엄마에게 부처님은 투철한 종교 대상이 아니었던 듯 누굴 전도하거나 자식들더러 부처님을 믿으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단지 가족들의 안녕을 구할 신을 찾다가 가까이 있는 절에 다니게 되었고, 절에 다니다 보니 쉬기도 하고 가족들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릴 때 부처님에게 떠넘기기도 하면서 힘이 생기더라고 했다. 엄마에게 부처님은 든든한 속풀이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 편안함과 안정감이 자식인 우리에게도 전해지는지 엄마가 절에 갔다 오면 그냥 좋았다.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아 엄마 또 언제 가냐고 묻기도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엄마 말마따나 부처님을 보고 나면 마음이 개운허지야때문이다. 누군가가 진짜 마음이 개운해지면 옆에 있는 사람도 같이 풀리고 그 사람이 말이 참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심층 종교로 향하고 있는지는 저절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표층 종교인에게 볼 수 없는 내면의 변화가 있고, 이것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어느 국장님의 정년퇴임식이 생각난다. 정년을 마치는 자리에 후배들과 가족들과 직원들이 초대되는지라 보통은 30년 넘게 무탈하게 직장을 다니게 해준 배우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글쎄 이분은 고마운 것도 하느님에게 고맙고, 퇴임사 내내 교회 다니라는 이야기만 해서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그때 종교가 참 무섭구나를 느꼈는데,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표층 종교였던 것이다. 심층 종교는 영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영성을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지식이 아니라 자연지(自然智)인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지혜가 필요한 이유가 때에 맞게 말하고 처신하며 주기를 타고 변화를 도모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강남 선생님은 종교라는 것이 결국 교리나 믿음의 문제라기보다 체험과 깨달음의 문제라고 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 체험하고 깨달은 것을 전하기 위해 종교가 영성이 지혜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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