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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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클레어 데더러 저,노지양 역 / 을유문화사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괴물 예술가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예술가이지만 이면은 추악한 범죄자이거나 부도덕한 스캔들의 주인공이라면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도 그들의 창작물을 소비할 것인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딜레마다. 영화를 좋아하고, 본 영화는 빠짐 없이 평점을 기록하고, 평론을 남기기도 하며, 감명 깊게 본 영화들은 평론가들의 의견도 찾아보는 나로서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괴물들』 의 저자 클레어 데더러는 미국의 여성 영화 평론가이다. 그녀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는 책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영화 애호가 답게 첫 장을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를 두 편이나 소비한 사람이다. ‘차이나 타운’, ‘악마의 씨’ 두 편 모두 연출도 좋고, 몰입도가 높았던 영화들이다. 영화가 좋았기에 감독의 정보가 궁금했고, 자연스럽게 그의 추악한 이면도 알게 되었다. 기사 내용으로 로만 폴란스키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클레어 데더러가 이 책에 그의 범죄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탓에 역겨워서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자신이 애호하는 작품과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비판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만 의견이 치우쳐서도 안되고 잘못을 옹호하려고만 들어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클레어 데더러는 중립을 지키가며 그들의 천재적인 예술성과 작품성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들의 이면에 추악한 범죄 사실과 비도덕적인 행동들을 거침 없이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데더러는 로만 폴란스키 외에도 마이클 잭슨, 파블로 피카소, 마일스 데이비스, 헤밍웨이 등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예술가들의 이면에 추악한 스캔들을 낫낫히 파헤쳐 숭배와 혐오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꽤나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클레어 데더러는 거침이 없다. 비판적인 통찰력으로 대담하지만 강압적이지 않게 글을 이끌어가면서 독자들과 대화하듯이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챕터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가 어느 날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도덕적인 행동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그 사람의 작품이나 노래를 소비한다면 나도 괴물이 되는 것일까?”
“괴물 예술가일지라도 작품은 작품대로 예술은 예술대로 바라봐야 하는가?”

클레어 데더러는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주며, 괴물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대할 때 어떠한 마음으로 보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풀어나가고 방법을 제시해준다.

애초에 이 딜레마의 결론은 내릴 수 없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논란거리가 될까 무서워 쉽게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대담하게 다룬 저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책 속의 문장>

우리는 싫어해야 마땅한 사람들을 계속 사랑한다.
우리는 그 사랑을 스위치 끄듯이 꺼 버리지 못한다.
-p.24-

얼룩은 퍼지고 흘러 어쩔 수 없이 짙은 와인 자국을 남긴다. 개인사 노출의 결과다. 범죄는 사람이 저지르지만 얼룩은 작품에 남는다. 그리고 그 작품을 다루는 건 관객인 우리 몫이 된다.
-p.73-

”예술 작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인생이 만나는 일이다. 예술가의 인생이 예술의 소비를 방해 할 수도 있고, 한 관객의 인생이 예술 감상의 경험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p.309-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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