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턴테이블·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지음,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평점 :
『턴테이블•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저 / 을유문화사
우리는 현재 스마트폰 하나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편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신문물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편함을 추구하는 대중들 속에서 아날로그 기계들은 점점 대중들의 관심을 잃어 갔다.
하지만 나처럼 아날로그 감성, 레트로 감성, 빈티지 감성을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많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아날로그 기계의 깊이, 중후함, 역사는 흉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아날로그 기계의 매력이 아닐까?
『턴테이블•라이프•디자인』 은 오디오 아트북이자 역사서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호평받은 『오디오•라이프•디자인』의 후속작이며, 1857년 턴테이블의 청사진이 제시된 이후 에디슨이 포노그래프(축음기)를 발명한 1877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진화해 온 턴테이블의 변천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보고 턴테이블을 애정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필독서라고 생각했다. 턴테이블을 정말 좋아한다면 턴테이블의 역사를 아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턴테이블 역사 박물관을 관람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1857년 턴테이블의 청사진이 제시된 이후 에디슨이 포노그래프(축음기)를 발명한 1877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진화해 온 턴테이블의 변천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턴테이블을 구매하고 LP를 듣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LP가 회전하고 카트리지(바늘)가 LP를 긁으면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과정을 보고 대체 어떤 원리로 음악이 재생되는걸까?’ 문득 턴테이블의 재생 원리가 궁금했던 순간이 있었다. 『턴테이블•라이프•디자인』 은 나의 궁금증 해소는 물론 지난 수십 년간 디자이너들이 턴테이블을 만들어 온 다채로운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과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턴테이블의 134년 여의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다.
이 책은 전기식 포노그래프가 등장하기 이전인 어쿠스틱 시대와 20세기 중반까지의 초기 전기 시대를 지나 LP가 대중화된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기술적, 디자인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턴테이블을 조명한다. 또 당대 산업 디자인을 선도해 온 턴테이블 디자인의 향연이 300여 장의 도판과 함께 펼쳐진다.
지인들과 취미를 공유할 때 ‘나의 취미는 LP를 수집하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거야‘ 라고 얘기하면 ’그냥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듣는게 편하지 않아?’ 대부분 이렇게 물어본다. 물론 스마트폰과 손가락 터치 몇번이면 고음질의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것은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많은 수고가 든다. 내 취향에 맞는 LP를 고르고, 턴테이블을 스피커와 연결하고, 플레이어 위에 LP를 올리고, 톤암을 맞추고, 카트리지를 내리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과정들이 비로소 진짜를 경험하게 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턴테이블은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의 음악을 우리의 삶에 가져다주는 실제적인 도구이자 손으로 느껴지는 물성을 만끽하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 진정한 교감을 선사한다. 턴테이블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시대에 아날로그 르네상스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며 134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꾸준하게 발전을 거듭해왔다. 아날로그 음악의 초자연적인 생명력이 지속되는 한, 턴테이블 또한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책 속의 문장>
많은 이들이 20세기초 마차가 자동차로 대체된 것처럼 턴테이블 또한 사멸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을 것이다. 놀랍게도 턴테이블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발전과 진화를 통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을 이루었다. 포노그래프는 탄생부터 1980년대까지 100여 년간 쉼 없이 진화해 왔고 이 질긴 생명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없었다.
-p.211-
LP,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고가 든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성공이나 이득과 관계없이 진짜를 경험하고자 하는 본질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날로그 음악은 음악 재생에서 진정성을 추구하는 이들과 불가분의 관계다. 아날로그 음악의 초자연적인 생명력이 지속되는 한, 턴테이블 또한 살아남을 것이다.
-p.267-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