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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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다음으로 읽은 구병모 소설이다. 소설 속 문장들과 내 생각을 기워서 글을 쓴다. 교외에 마련된 꿈미래생활주택으로 네 가정이 이주해 온다. 셋째 아이를 낳기로 약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제공한 주택이다. ‘전세 난민’이 넘치는 세상에, 애 더 낳으라는 소리가 가당키나 한 건가. 강제는 아니지만, 셋째 아이를 낳기로 약정하게 한 소설 속 주택 정책이 어쩌면 현실에 등장할는지도 모른다. 올해 신생아가 30만도 못 넘을 수 있단다. 저출산 정책이랍시고, 아이를 낳으면 돈 몇 푼 더 쥐어주는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예비 청년들은 일상에서 날마다 겪는 문제들을 들이대며, 그런 정책들을 조롱하는 게 현실이다. 이 주택에는 교외에 덩그러니 떨어져 앉아서, 보낼 어린이집도 없어서, 네 가정이 공동육아를 꾀하면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꿈은 깨지고, 미래는 안 보이는 공동 생활의 파국을 소설은 그린다. 네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꿈미래생활주택은, 육아가 ‘전쟁’인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함께 살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애 엄마에게는 ‘참견의 깊이와 농도’가 유독 깊고, 짙다. 엘리베이터에서,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어른들은 아기를 스스럼없이 만지고, 애 엄마가 며느리도 아닌데, 지청구를 주는 일은 태반이다. 게다가 아이들을 매개로 이어지는 부모들의 관계도 무리짓기 게임이고, 그 게임에 익숙치 않은 성격의 부모들은, 모난 돌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자신이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죄송합니다와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엄마다. 때론 엄마는 아이를 위한다는 구실로 일상에서 무리수를 하나씩 두다가 수치라는 것을 모르게 되기도 한다. 더구나 맞벌이가 기본인 시대에, 남편이 실직을 했거나, 아직 이상을 좇고 있으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애 엄마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프리랜서’ 이기라도 한 경우, 24시간 일과 육아의 물론이고,친정과 시대의 ‘프리랜서’에 대한 몰이해와도 싸워야 한다. 게다가 집적거리는 남성이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도 디폴트 값이다. 애 키우는 부모, 아니 정확하게는 엄마가 겪어야 하는 이런 어려움들은 꿈미래생활주택을 배경으로 구병모는 그려내고 있다. 때론 생경한 우리말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경험에서 길어 낸 묘사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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