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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스 포커 - 월가 최고 두뇌들의 숨 막히는 머니게임
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보면 1980년 대 후반 월스트리트 투자은행가들의 낯 뜨거운 욕망과 일탈을 보여준다. 이상한 의식과 함께 마약을 흡입하고, 최고급 정장과 음식 및 술을 소비하며, 사무실에서 난교 파티를 벌이는 등 그들의 일탈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최고급 요트는 기본 옵션이다. 투자은행가들의 이러한 일탈과 세속적 성공의 원천은 고객을 등쳐먹은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다.(˝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물론 극 중 디카프리오는 투자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사기꾼에 가깝고, 영화 특성상 과장이 많이 섞였겠지만 그 당시 월가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영화를 통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자 이러한 80년대 월가의 최전성기, 최고의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몬 브라더스(이하 살로몬)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바로 이 ‘라이어스 포커‘이다.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살로몬의 채권 세일즈맨이었다. 명문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했지만 동기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기에(가령 경제학이 아닌 예술사를 공부하는 등), 졸업 후 선망하던 투자은행에 바로 취업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인맥(?)을 통해 어떤 사교 모임에 참석한 후 우연히 살로몬 임원의 아내와 동석하게 되는데, 루이스를 좋게 평가한 그녀 덕분에 루이스는 살로몬에 취업하게 된다.(통념과는 달리 공채 제도가 있는 대한민국은 그나마 저학벌 출신에게도 기회가 있는 편이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살로몬의 부흥과 몰락, 기업 문화 두 가지를 서술하려고 한다. 살로몬의 전성기는 대략 1980여 년 경부터 1985년(최전성기)까지라고 할 수 있다. 살로몬은 채권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투자은행이었는데, 1970년대까지는 주식의 시대였기 때문에 살로몬은 월가에서 늘 비주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시대적 변화(여기선 생략)로 주식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자 살로몬의 입지가 변화하게 된다. 당시 월가에서 채권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투자은행은 살로몬이었고, 이와 대조적으로 나머지 투자은행들과 고객들은 채권에 대해서 무지했다. 즉, 살로몬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서 시장 독점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머쥔다. 즉 채권의 가치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살로몬이 유일했고, 고객들은 채권의 정확한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살로몬은 트레이딩 과정에서 시세를 부풀려서 거래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루이 라니예리‘라는 걸출한 채권 트레이더가 모기지 시장을 최초로 개척하면서(그래 맞다 바로 그 주택모기지 증권을 말하는 것이다), 살로몬은 최전성기를 맞게 된다. 규제 완화와 더불어 그 동안 억눌렸던 주택 대출 수요가 폭발하면서 살로몬은 그야말로 돈벼락에 맞게 된다. 어떤 연도에는 살로몬의 모기지 트레이딩 부서가 그 해 벌어들인 돈이 나머지 월가 투자은행들이 벌어들인 돈보다 많을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살로몬도 1985년도를 기점으로 위세가 꺾이게 되는데, 그 요인들로 불합리한 성과보상에 불만을 느낀 인재들의 이탈, 수뇌부의 정치 파벌 싸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 실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실 이 세 요인들은 자세히 보면 독립적인 요인들이 아니라 상호 연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주축이었던 모기지 트레이터들은 자신들이 회사에 벌어다주는 돈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다고 느꼈다. 그러나 굿프렌드 회장은 경력도 얼마 안된 주니어들이 큰 돈을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진짜 이유는 오직 그만이 알겠지만) 그들의 요구를 거절했고, 이에 염증을 느낀 모기지 트레이더들은 많은 돈으로 유혹하는 타 투자은행으로 탈출 러쉬를 감행한다. 이는 살로몬의 독점력이 깨지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이다. 또한 기업의 수뇌부들은 각각 다른 부서들 출신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단합이 안 되었고, 젠체하는 모기지 부서를 싫어했던 한 수뇌부의 공작에 의해 루이 라니예리는 살로몬으로부터 축출되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상누각의 형태로 이어지던 살로몬은 ‘정크본드‘가 대세가 된 시류에 적응하지 못하여 사운이 급격히 기울게 된다. 그럴만도 한 게 라니예니를 비롯한 핵심 채권 트레이더를 내보낸 후, 더 이상 살로몬엔 채권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남아있지 않았다. 사실 그 전까지 환경적으로는 살로몬이 정크본드를 독점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지만 제 무덤을 판 셈이다. 라니예리처럼 영특하고 돈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사람이라면 절대 정크본드에 무신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내리막 길을 걷던 살로몬은 나중에 뒤늦게 정크본드 시장에 진입했다가 큰 손실만 얻고 적대적 M&A의 타켓이 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즉 전성기의 꼭지를 찍고 내려오는 살로몬은 외부는 화려하지만 내부부터 썩고 들어가고 있던 것이다. 루이스가 입사하던 시기는 살로몬이 정점에서 슬슬 내려오는 시기였다. 살로몬은 내부적으로는 서서히 곪고 있는데, 외부적으로는 해외에 많은 지점을 설치하고 수많은 신입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있었다. 루이스는 책에서 본인 같은 사람이 살로몬에 입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운이 기울어지는 증거였다며 자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살로몬의 부흥과 몰락을 보며 쇠퇴하는 조직의 특성이 어떤 지 느낄 수 있었다. 기업의 경영자나 임원들이 읽는다면 큰 교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두 번째로 기업문화를 보자. 살로몬의 기업 문화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국 특유의 ‘마초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명문 MBA를 졸업한 덩치 큰 백인 수재들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하며 거칠게 트레이딩을 한다. 쎈 놈만 살아남는 정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 바로 투자은행이었다. 윤리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주느냐만이 절대적인 평가의 척도였다. 정말 미칠듯이 원시적이고 세속적인 곳이 투자은행의 트레이딩룸이었던 것이다. 특히 살로몬은 다른 투자은행과 비교해서도 터프하고 무모하기로 유명했다. 트레이더들은 리스크 관리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무조건 규모를 키워 거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미국 전체에서 돈을 쓸어 담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시대가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유리한 시대적 배경, 정보의 비대칭성, 독점력 등이 결합되어 성공한거지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물론 시대 잘 타고 나는 것도 복이다. 요즘 20대들이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고 하지만 취업 못하는 것을 보시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트레이딩 수익률이 높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리스크를 과도하게 짊어지게 하여 결국은 수익률이 여성들보다 떨어진다나. 개인적으로도 이때까지 수많은 트레이딩 및 투자 서적들을 읽어왔지만, 대가들이 제일 우선시 하는게 첫째도 둘째도 리스크, 리스크, 리스크, 리스크, 바로 리스크 관리이다!!!!. 10번 거래해서 9번 거래에 성공한다 해도 마지막 거래에서 크게 잃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살벌한 살로몬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도 그 끈끈한 유대라고나 할까나 의리같은 것이 분명 존재했다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모기지의 전설 ‘루이 라니예리‘는 입사 초기 살로몬의 정식 트레이더가 아니라 사무실의 일개 보조사원이었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크게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의 입장에선 엄청난 병원비가 청구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라니예리는 용기를 내어 일면식도 없는 살로몬의 임원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사실 그도 그리 기대는 안 했었으리라. 그런데 임원은 딱 한 마디만 했다. ˝모든 것은 회사가 책임진다˝. 오히려 당황한 라니예리는 임원에게 구체적인 병원비를 언급한다. 임원의 대답은 똑같았다. ˝모든 것은 회사가 책임진다˝. 이 한 마디로 라니예리는 살로몬에 충성을 다하게 된다. 그는 진심으로 살로몬을 사랑했다. 그가 모기지 트레이딩 부서의 장이 된 후에도 이러한 문화는 유지됐다. 모기지 부서는 다른 부서와 달리 직장 동료를 넘어 유달리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뚱뚱하고 거친 백인 상남자들만 있는 부서였지만, 그 안에 끈끈한 유대감과 결속력이 었었던 것이다. 위에서 성과 보상에 대한 불만 등이 팽배할 때에도 모기지 트레이더들은 회사가 본인들을 잡는 제스쳐를 취해준다면, 경쟁사보다 좀 적게 준다고 해도 살로몬에 남을 의사가 있다고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그들을 요구를 무시했지만 말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인간사가 단순히 돈과 같은 물질적 보상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지금도 우정, 사랑, 의리 등의 무형적인 가치가 충분히 유효하며, 때로 그런 물질적 보상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살로몬과 같은 투자은행들이 돈을 벌었던 방식의 본질은 고객을 ‘등쳐먹어서‘ 이룬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저자 루이스도 불량채권을 고객에게 팔면서 심한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루이스의 첫 고객이었던 독일 은행원은 루이스가 판 AT&T 채권으로 큰 손실을 보고 회사에서 해고당한다(월가식 표현으로 ˝날려버렸다˝고 한단다). 그럼에도 그들의 룰에 익숙해진 루이스는 점차 능력을 발휘해서 특급 세일즈맨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럼에도 스스로 살로몬을 퇴사했던 것은 그 안에 최소한의 양심의 목소리를 들어서이지 않을까. 루이스가 서술하듯이 그 타락을 조장하는 그들의 문화는 어느 인간도 당해내기 힘들 것이다. 그들의 탐욕은 때로 가정과 회사를 망가뜨렸고, 자본주의가 무너질 뻔한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운동이 괜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월가의 탐욕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 다룬 책이나 영화 등은 많이 나와있으니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빅 쇼트˝(영화 및 책), ˝Too big to fail˝(영화), ˝스트레스 테스트˝(책), ˝행동하는 용기(책)˝ 등을 들 수 있다. 라이어스 포커는 80년대 투자은행이 배경이다. 그 당시 미국의 경제적 배경, 투자은행의 문화 등을 알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살로몬의 부흥과 몰락, 기업 문화 등이 인상 깊었다. 이 책도 사실 유명한 책이다. 번역자 서문을 보면 투자은행 취업을 원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필독서라고 한다(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본인은 운 좋게 중고매장에서 구했지만, 절판이 돼서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관심이 간다면 원서를 사서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