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골목에서 헤어진 뒤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이럴 때면 지나간 불행이 줄어드는 것 같다. 골목에,
정류장에, 버스에, 길가에 수많은 사람이 어딘가를 향해 걷는 것, 지나친 횡단보도의 신호가 깜빡일 때 누군가 다급히 건너는 것. 그가 안전하게 인도에 도착했을 때 혼자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자마자 정작 내가 전봇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지나간 것을 너무 오래 돌아보지 말자고, 보고 싶으면 봐도 되지만 너무 오래 보지는말자고 다짐하는 아침.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효도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효?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답했다.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 P44

한세진과 대화하면 자주 이렇게 되었다. 언짢고 불편해졌다.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말과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해버린 말들 때문에. - P62

그래도 무언가를 느끼기는 했을 것이다. 어떤 감정을 한영진은 최근에 그걸 생각할 때가 있었고 그러면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어린 동생에게 잘못을 했다고 느꼈다. 손써볼수 없는 먼 과거에 그 동생을 두고 온 것 같았다. 이제 어른이 된 한세진에게 사과한다고 해도 그 시절 그 아이에겐 닿을 수가 없을 것 같았고. - P63

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 P70

한영진은 생각했다. 살아보니 정말이지 그게 진리였다.
현명하고 덜 서글픈 쪽을 향한 진리.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 P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체로 인간의 뇌는 사바나에서 살 때와 비교해서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 활동을 할 때 우리의 집중력도 강화된다. 그러나 지금은 사냥을 하거나 야생동물을 피해 달아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직장에서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때 운동은 진화를 통해 자리 잡은 생존 메커니즘을 자극하여 가능한 한 최대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오늘날 몇몇 학교들이 이 방법을 써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 P234

GPS를 보면서 "20m 앞에서 왼쪽으로 꺾으세요"나 "로터리에서 오른쪽으로 빠지세요"와 같은 안내를 따를 때는 해마와 전두엽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에는 힘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 능력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뇌 스스로 쓰거나 버리기를 선택하는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소나기처럼 움직인다고 북두는 설명했다.
지평선에서부터 먹구름과 비가 솨아아 달려오는 모양으로 죽음도 다가온다고. 그러므로 만약 구름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린다면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듯이, 죽음과 반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면 죽음을 조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늦출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 P13

- 백 살까지 살라고 먹는 백설기가 백 개니까, 만수무강하라는 거야.

-도망치는 자는 붙잡히게 되지만, 쫓는 자는 붙잡게 된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