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딱 이정도로 쌀쌀한 날이었다. 어제의 쌀쌀함도 내일의 쌀쌀함도 아니고 딱 오늘 정도의 쌀쌀한 온도와 바람. 나만 알 수 있는 똑같은 날씨를 만나면 나는 잠시 그 어느 날로 돌아간다. 돌아가서 따뜻한 밥과 국과 물과 아이스크림과 새 칫솔을 떠올린 뒤 다시 나온다. - P95
나는 밥을 먹는 것까지.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그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 가진 것을 생각하면.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