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 언제라도 죽을 수 있었으니까 무서웠지. 누군들안 무섭겠냐. 근데…….."
"……"
"근데, 나중에 다 무뎌지지. 그래서 더 무서운 거다. 피를 보고 시체를 보고 어디 한군데 부러져서 짐승처럼 우는 사람을 봐도 뭘 봐도 무뎌지니까."
"……" - P123

"나는 사람은 안 죽였다. 내가 죽을 뻔한 순간에 베트콩다리를 쏜 적은 있지만 죽이지는 않았어. 난, 그래서 여직산 거다. 아무도 죽이지 않아서. 죽이는 걸 해본 놈들은 벌써 다 죽었어, 병들어서. 마음이 상했으니 몸도 병든 거지." - P123

시징,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도 될까요?
한달 전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온힘을 다해 쥐고 있던 끈 하나를 놓쳤습니다. 그 끈을 붙잡고 있어야 이 생애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막상 놓아버리니 자유로운 만큼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요, 나는 제주로 도망치려는 것입니다. 도망치는 건 무섭지 않은데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사실 단 하나인데, 그건…… - P137

내 좋은 친구는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라고,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라고요. 친구의 그 말을 상기할수록, 그가 나와 헤어진 뒤에야 다른 사람과의 정착을 결심한 걸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그의 생애에서는 필연적인 과정을 밟고있는 것뿐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요. 그것이 우리 각자의 여행이겠죠. 물론 필연적인 과정들을 통해 생애가 완벽해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완벽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 P151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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