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기차역과 포구는 출발과 도착이 공존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같았다. 떠나면서 돌아오는 장소는 시징의 삶에서는 은철이니, 영등포는 곧 은철의 은유가 되는 것이다. 모퉁이가 나왔다. 모퉁이를 돌기 전, 시징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여전히 시징이 기댈 수 있는 건 희박한 가능성의 우연, 그뿐이었다.

윤주는 이내 미정 맞은편에 앉았고, 그 이야기가 어떤 순서로 전해지는 마지막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말…… 그러고 보니 그 말은시징에게 메모를 쓸 때 미처 적지 못한 문장이기도 했다.

윤주는 이제야 그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당분간은 그 말에 기대어 무서움 없이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윤주는 믿고 싶었다. 저편의 미정은 이미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하염없이 윤주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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