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미있는 사람도, 웃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나는 비정규직 은행원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어린여자애였으며, 누군가에게는 빠른 일 처리가 필요한 기계였고, 누군가에게는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감정도, 생각도, 느낌도, 자기만의 언어도 없는, 반격할 힘도 없는 인형이었으니까. 나는 얼떨떨한 마음에 웃어 보이고는 이제 그만 집에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