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에는 내가 얼마나 세상의 미약한 일부인지를 실감하게 돼. 우리는 비가 오면 젖고 바람이 불면 춥고 해가 지면마음이 이상하고 연결이 끊기면 금세 적적해지는 취약한 존재들이잖아. 탐이도 태풍을 느끼는지 한쪽 구석에서 얌전히웅크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어. 태풍 같은 게 오면 세상을 생각하게 돼. 비바람을 나 말고 또 누가 맞고 있을지를,
태풍 영향 아래 있을 지역의 풍경은 어떨지를 상상하게 되는거야. 누가 나처럼 취약해져있나 하는 질문과도 같아. 그런게 궁금한 동안에는 내 얘기 같은 걸 쓸 마음이 들지 않아.
내 일상의 어떤 사건과 디테일도 태풍보다는 안 중요하게 느껴지거든. 내가 누구이든 상관없다는 느낌마저 들지. 이 세계를 휘몰아치는 큰 힘에 비하면 말이야.


[일간 이슬아 / 책] 2019.09.08. 日 : 나 아닐 수 있는 능력


*이 글귀는 저 책 내용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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