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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지음 / 아침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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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적 없지만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것 같은 책. 표지 재질과 디자인, 글의 내용까지 모든 만듦새가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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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Nez입니다
김태형 지음 / 난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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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네Nez입니다』, 김태형, 난다

📚
향기가 불러오는 기억들이 있다. 특히 특정 장소에서나 특정 시간에 맡았던 향은, 그때의 기억을 몽땅 불러와 나를 그때로 돌려 놓는다. 책을 읽으며 내내, 나를 어딘가로 되돌려놓는 향들에 대해 생각했다. 음악과 비슷하다. 어느 철에 내내 듣던 어떤 음악은, 나를 다시 그 철로 데려간다. 향은 특히나 더 정확하게 나를 그때 그 장소로 데려다 놓는다.

1. 책이 불러온 기억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를 통해 연결된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사는 펜팔 친구가 있었다. ‘Nancy’라는 이름을 가진 동갑내기 여자아이였다. 그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손편지까지도 주고받게 되었는데, 세 번째 손편지인가에서 낸시는 나에게 자신의 집 앞에 핀 라벤더 꽃들을 따서 커다란 우편봉투 가득 보내주었다. 편지에서 낸시가 지금은 라벤더 꽃이 피어서 온 동네에 향이 가득하다고 했었던 것 같고, 내가 한국에서는 라벤더 생화 향을 맡아본 적 없다고 하니 자신의 집 앞에 핀 라벤더 꽃들을 가득 따서 보내준 것이다. 처음 그 우편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향기로운 라벤더 꽃들이 한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그 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예쁘게 말라서, 내 방을 향으로 가득 채웠다. 이제는 그 향은 사라졌지만, 나는 그 꽃들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말린 라벤더의 향은 신기하게도 몇 년동안 지속되었다. 나는 낸시와의 펜팔이 자연스레 끝난 이후에도 종종 낸시가 보내준 라벤더들을 꺼내 향을 맡고, 소중하게 다시 보관해 두고 있었다. 그 향은 내게 이국적이면서도 따뜻한 첫 펜팔의 기억이자 먼 곳의 친구에게 향을 보내주고팠던 순수한 마음이 담긴 설레고 벅찬 선물의 기억이다. 그래서 지금도 라벤더 향이 담긴 화장품이나 향료를 만나면 그때의 그 라벤더 꽃이 가득했던 우편 선물이 떠오르고,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2. 책과 향수
책 곳곳에서 ‘예술작품’인 향수를 향한 저자의 집념과 열정이 느껴졌다. 소설가인 어머니와 지금은 돌아가신 소설가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며 문학이든 예술이든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는 고백과 더불어, 결국 ‘아름다운 향료를 구사하여 향수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우고 감성을 입’히는 예술가인 조향사가 된 이야기가 아름답게 읽힌다. 함께 받은 향수 샘플 세 가지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가 1부 마지막 부분의 ‘누구에게나 향기로 기억되는 거리가 있다’ 1, 2, 3으로 쓰여 있다. 향수 샘플을 받고 신나서 각각 뿌려보며 향을 맡아봤는데, 43번 벨뷰 향수가 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검색을 해봤었다. 이름 뜻을 알고 싶어서. 마지막부분까지 읽고나서 밸뷰 거리에 대한 저자의 기억이 이 향수를 완성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나 향기로운 향수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산문이라니, 이 글을 접하고 향을 맡아볼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향수에 관심이 많은 사람, 한 조향사가 어떤 삶을 지나왔는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따뜻하고 진심어린 이 책을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3. 책의 만듦새
난다는 정말 책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촉감까지 독서의 경험으로 끌어올린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표지의 블랙&화이트와 검정색 부분의 천 재질, 흰 부분의 미끄럽고 부드러운 종이 질감까지 만듦새가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다. 책을 들고 읽는 내내 표지의 그 두가지 재질이 프랑스로 조향사가 되기 위해 떠나 자신의 향수를 만들고 돌아온 저자의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제목 서체도 그렇고... 검정색 표면의 ‘에뜨레라’ 향수와도 정말 잘 어울린다. 이 책이 미래의 세계적인 조향사의 첫 자서전처럼 여겨질 수 있겠다 생각하니, 초판본을 향수 미니어처와 함께 선물받은 일이 행운처럼 여겨졌다. 촉감으로도 후각적으로도 충만했던 독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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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유성원 지음 / 난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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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펼쳐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내가 알 수 없던 세상이었으니까. 나와 다른 성을 가진 동성애자의 성생활에 대한 기록을 이토록 자세히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글쓴이와 같은 얼굴이었다. 더 나아질 수 없는 여전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나는 그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빛이라곤 들지 않는 듯한,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양지에 있어본 적 없는 듯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고양되는 감상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어서였다. 내가 이제껏 놓여있던 삶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어서, 내가 쉬이 말을 얹어도 될지 모르겠는. 그치만 문득문득 적혀있던 의식의 흐름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규범을 벗어나보지 않은 사람들은 평생 알 수 없을, 스스로를 견디고 세상을 버티는 삶. 그 문장들을 내내 곱씹고 싶었다. 그리고 그를 계속 기억하고 싶었다.

읽어가며 계속 생각한 것은 누군가는 존재만이라도 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세상이 비정상이라 말하는 범주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고 있는 동안, 안전하고 편안한 세상에서 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담담히 기록하는 한 사람을 상상했다. 동성에게 성욕을 느끼고, ‘문란한 성생활’이라 이름지어진 성생활을 이어가는 게이인 한 사람.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사람을 무엇이라 상상할까? 나는 이 사람을, 각종 성적 질병들로부터 당당히 보호받으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상상한다. 계속해서 자기혐오를 반복하며 자살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쏟는 사람, 누군가와 진정으로 사랑하기 원하는 사람.
누가 이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깨닫게’ 했을까? 누군가는 사회가 만든 규범들을 의심 않고 받아들이고 교육받은 대로 사고하는 동안, 그 모든 것들과 일치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규범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위축당하고,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힌다. 내가 나의 생활들 중 가장 ‘비정상’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이 사람은 훨씬 잘 해낸다. 하지만 나의 그러한 부분은 숨기기가 쉽기 때문에 이 사람만큼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인지하며 지내지 않는다. 불공평하다. 내가 부끄럽게도 안전한 양지에 늘 있어왔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읽는 것이다. 이 날것의 기록을 그저 읽는 일.

책의 마지막 부분에 ‘친절한 설명’이 있다. HIV나 프렙, U=U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나였다...)을 위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두고 있고, 왜 이 사회가 동성애자들에게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줘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왜 양지에서 다루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몰라도 괜찮았던 특권에 대해 생각한다. 여전히 누군가는 동성을 사랑하는 자신을 혐오하며 생을 버티고 있는데, 그들의 존재를 지우기에 급급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등장이 그들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서점 불빛 아래 놓이고 사람들의 책상 위에 놓일 수만 있게 된다면 양지에서 이들의 안전과 존엄을 이야기하는 일도 가능해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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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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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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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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