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유성원 지음 / 난다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펼쳐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내가 알 수 없던 세상이었으니까. 나와 다른 성을 가진 동성애자의 성생활에 대한 기록을 이토록 자세히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글쓴이와 같은 얼굴이었다. 더 나아질 수 없는 여전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나는 그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빛이라곤 들지 않는 듯한,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양지에 있어본 적 없는 듯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고양되는 감상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어서였다. 내가 이제껏 놓여있던 삶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어서, 내가 쉬이 말을 얹어도 될지 모르겠는. 그치만 문득문득 적혀있던 의식의 흐름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규범을 벗어나보지 않은 사람들은 평생 알 수 없을, 스스로를 견디고 세상을 버티는 삶. 그 문장들을 내내 곱씹고 싶었다. 그리고 그를 계속 기억하고 싶었다.

읽어가며 계속 생각한 것은 누군가는 존재만이라도 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세상이 비정상이라 말하는 범주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고 있는 동안, 안전하고 편안한 세상에서 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담담히 기록하는 한 사람을 상상했다. 동성에게 성욕을 느끼고, ‘문란한 성생활’이라 이름지어진 성생활을 이어가는 게이인 한 사람.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사람을 무엇이라 상상할까? 나는 이 사람을, 각종 성적 질병들로부터 당당히 보호받으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상상한다. 계속해서 자기혐오를 반복하며 자살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쏟는 사람, 누군가와 진정으로 사랑하기 원하는 사람.
누가 이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깨닫게’ 했을까? 누군가는 사회가 만든 규범들을 의심 않고 받아들이고 교육받은 대로 사고하는 동안, 그 모든 것들과 일치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규범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위축당하고,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힌다. 내가 나의 생활들 중 가장 ‘비정상’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이 사람은 훨씬 잘 해낸다. 하지만 나의 그러한 부분은 숨기기가 쉽기 때문에 이 사람만큼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인지하며 지내지 않는다. 불공평하다. 내가 부끄럽게도 안전한 양지에 늘 있어왔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읽는 것이다. 이 날것의 기록을 그저 읽는 일.

책의 마지막 부분에 ‘친절한 설명’이 있다. HIV나 프렙, U=U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나였다...)을 위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두고 있고, 왜 이 사회가 동성애자들에게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줘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왜 양지에서 다루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몰라도 괜찮았던 특권에 대해 생각한다. 여전히 누군가는 동성을 사랑하는 자신을 혐오하며 생을 버티고 있는데, 그들의 존재를 지우기에 급급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등장이 그들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서점 불빛 아래 놓이고 사람들의 책상 위에 놓일 수만 있게 된다면 양지에서 이들의 안전과 존엄을 이야기하는 일도 가능해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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