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그것은 하나의 똑같은 사다리예요. 저는 가장 낮은 계단에, 형님은 열세 번째 계단의 어느 높은 곳에 있을 뿐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완전히 똑같은 부류일 뿐이죠. 맨 아래 계단에 발을 디딘 사람은 어쨌든 반드시 위의 계단으로 올라가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아예 발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는 말이냐?」
「그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발을 내디뎌서는 안 되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세상은 어리석음 위에 세워져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무엇을 알고 계시죠?」
「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이반은 마치 잠꼬대를 하듯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 난 사실에 머물고 싶어. 이미 오래 전부터 이해하지 않기로 결심했거든. 만일 내가 무언가 이해하고 싶어한다면 당장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될 거야. 그래서 사실에 머물기로 결심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