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문단에서는 신이 유행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었 다. 저널리스트들은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조화를 이루려고 신을 열심 히 가져다 썼다. 그러나 이윽고 신은 사라지고 (신기하게도 크리켓, 맥주와함께 물러났다), 그 자리에 판 ( )이 나타났다. 수많은 소설의 잔디위에 목신의 갈라진 발굽 자국이 새겨졌고, 시인들은 런던 공유지의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목신을 보았다. 산업혁명시대의 요정이라 할 수 있는 서리주 의 문학소녀들은 이상하게도 목신의 거친 포옹에 자기들의 순결을 바쳤다.
소녀들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버렸다. 그러나 이윽고목신도 사라지고 이번에는 미가 등장했다. 문장, 넙치, 개, 날[日], 그림,
행동, 의복 따위, 모든 것에서 사람들은 미를 찾기에 이르렀다. 좋은 소설을내놓은 젊고 유망한 여류작가들이 미에 대해서 입을 모아 떠들어 댄다. 그들은 미에 대해 뭔가를 넌지시 암시하다가도 갑자기 익살스럽게 열정적으로떠들면서 매력을 뽐낸다. 옥스퍼드를 갓 졸업하여 아직 영광의 구름에 휩싸인 채 주간지에서 예술·인생·우주 따위를 논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은 미라는 단어를 빽빽한 글 속에 아주 대충대충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