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옆의 작은 갈색 책상에 다시 앉는 일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었다. 통로 건너에 앉은 루비 길리스가고개를 끄덕여 인사했고, 캐리 슬론은 쪽지를 보내 왔으며, 줄리아 벨은 뒷자리에서 껌을 건네주었다. 앤은 연필을 뾰족하게깎고 그림 카드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행복한 듯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산다는 건 확실히 즐거운 일이었다.
새 선생님은 앤에게 또 한 명의 진실하고 유익한 친구가 되었다. 스테이시 선생님은 밝고 이해심이 많은 젊은 여성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아이들각자가 지닌 재능을 끌어내 주었다. 앤은 이렇게 유익한 영향속에서 꽃처럼 피어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무엇이든 감탄하며 들어주는 매슈와 비판적인 마릴라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계획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전 스테이시 선생님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아주머니. 정말품위 있으시고 목소리도 고우세요. 제 이름을 불러주실 때 끝에e‘를 붙여 발음하신다는 게 그냥 느껴져요. 오늘 오후엔 발표수업을 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도 제가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을 낭송하는 걸 들으셨다면 좋았을 텐데, 전 온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루비 길리스가 그랬어요. 제가 그녀가 말했네. ‘이제 아버지의 권력을 찾기 위해 여인의 마음을 버리겠노라.’ 라는 대목을 읊을 때 소름이 쫙 끼쳤다고요." - 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