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는 야네센이라는 동네가 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베네룩스 3국처럼 야나카, 네즈, 센다기 세 곳을 묶어서 일컫는 이름이다. 이 세 지역은 에도 시대의 시타마치 지역으로 서민, 즉 하층민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지금껏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단지 서로 인접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들 지역이 아직도 많은 부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곳이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데는 사연이 있다. 일본인들에게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은 간토 대지진 당시, 기적적으로 피해를 면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야네센이었다. 파괴된 지역들이 개발에 개발을 거듭하며현대화되어간 것과는 달리 애초부터 재개발에서 제외된 야나센은 살아 있는 화석처럼 꿋꿋이 제 모습을 지켜왔다. 시부야와 롯폰기로 상 -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그 가게 주인을 본 뒤로 자율성의 시간을 나를 키우는시간‘ 이라고 바꿔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린 내 자아의 장인이 되어 보는 겁니다. 우린 장인이란 말을 노동에 관해서만 쓰고 있지만 이번엔 장인이란 말을 자기 자신의 영혼에 써 보는겁니다. 오래되어 부서진, 쓸모없게 된 라디오를 연구하듯 자기 자신을 연구해 보는 겁니다. 영혼에도 납땜질을 해 보는 겁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더 나은 소리가 나오도록 자신이 이미 알던 것들, 익숙한 것들을 이리저리 재배치해 보는 겁니다. -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이 마르면 물을 찾아 마시면 되고 걷고 싶으면 운동화를 찾아 신으면 그뿐인 것이, 자연이다. 자연의 사이클을 따르면 된다고 여겨온 섹스의 욕망이 나를 긴장시킨 적은, 그러므로 한 번도없었다. 그러나 은교를 향한 욕망은 확실히 강도와 빛깔에서 전에 경험한 것과 판이했다. 평생 처음 겪는 강도, 빛깔이었다. 포악스럽고 장렬했다.
가령, 그애가 목제 층계를 올라오다가 접질려 발목이 시큰거린다고 말하던 날도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애나 옆의 작은 갈색 책상에 다시 앉는 일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었다. 통로 건너에 앉은 루비 길리스가고개를 끄덕여 인사했고, 캐리 슬론은 쪽지를 보내 왔으며, 줄리아 벨은 뒷자리에서 껌을 건네주었다. 앤은 연필을 뾰족하게깎고 그림 카드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행복한 듯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산다는 건 확실히 즐거운 일이었다.

새 선생님은 앤에게 또 한 명의 진실하고 유익한 친구가 되었다. 스테이시 선생님은 밝고 이해심이 많은 젊은 여성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아이들각자가 지닌 재능을 끌어내 주었다. 앤은 이렇게 유익한 영향속에서 꽃처럼 피어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무엇이든 감탄하며 들어주는 매슈와 비판적인 마릴라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계획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전 스테이시 선생님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아주머니. 정말품위 있으시고 목소리도 고우세요. 제 이름을 불러주실 때 끝에e‘를 붙여 발음하신다는 게 그냥 느껴져요. 오늘 오후엔 발표수업을 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도 제가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을 낭송하는 걸 들으셨다면 좋았을 텐데, 전 온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루비 길리스가 그랬어요. 제가 그녀가 말했네. ‘이제 아버지의 권력을 찾기 위해 여인의 마음을 버리겠노라.’ 라는 대목을 읊을 때 소름이 쫙 끼쳤다고요." - P3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메슈는 자기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매슈가 자기 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안 여자 아이는 볼품없는 낡은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일어나 다른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저 초록 지붕 집의 매슈 커스버트 씨인가요?" 라고 유난히 낭랑한 예쁜 목소리로 물었다. "뵙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혹시 데리러 안 오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고 있던 참이에요. 만약 오늘 밤에 안 오시면 선로를내려가 저쪽 모퉁이에 있는 큰 산벚나무 위에 올라가서 하룻밤 지낼까 생각했어요. 전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달빛을 받으며 하얗게 활짝 핀 산벗꽃 속에서 잔다는 건 멋진 일이잖아요. 아저씨도그렇게 생각 안 하세요? 마치 대리석으로 꾸민 홀에서 자는 것 같을 거예요, 그렇죠? 그리고 오늘 밤에 안 오셔도 내일 아침에는 꼭데리러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매슈는 햇빛에 그을린 작고 말라빠진 손을 어색하게 잡으며 그즉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결정했다. 이렇게 눈을 반짝이고 있는아이에게 착오가 있었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집으로 데리고 가서 마릴라에게 대신 말하라고 해야지. 어떤 착오가 있었다해도 이 아이를 브라이트 리버 역에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어. 그러니까 질문이나 설명은 모두 ‘초록 지붕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겠다.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