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차가워졌고 타일 덮인 창문 없는 방은 이제 이글루처럼 느껴진다. 그는 타일에 반사된 자기 모습을 본다. 반짝이는 흰 표면에서 흔들거리는 유령. 그는 여기에 머물 수 없다. 침대로 갈 수도 없다. 뭔가 슬프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
네가 쉰 살이면 난 일흔다섯 살이 되고 그다음엔 우리 뭘 할까?
웃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만사의 진리.
나는 젊은 시절의 아서 레스를 기억한다. 나는 열두 살쯤이었고 어른들의 파티에서 아주 지루해하고 있었다. 아파트는 온통 흰색이었고초대된 사람도 전부 백인이었다. 그들은 내게 무슨 색깔 없는 소다수를 주면서 아무 데도 앉지 말라고 했다. 은백색 벽지에 반복적으로 그려진 재스민 덩굴무늬에 오랫동안 매료된 나는 90센티미터마다 그 작품 특유의 얼어붙은 속성에 따라 꽃에 내려앉지 못하는 작은 벌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러다가 나는 어깨에 와 닿는 손길을 느꼈다. "뭐좀 그려볼래?" 뒤를 돌아보니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금발 청년이있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긴, 로마 조각상의 이상화된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나를 보고 씩 웃느라 약간 눈이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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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이런 빌어먹을 솜씨를 봤나. 이거야 원 뒷다리로 선 돼지 꼴이소매를 걷어붙였어요. 안경까지 찾아 쓴 다음 흙 한 덩이를 집어 침을섞어 이기고는 사내 하나를 만들고 이걸 벽에 걸어 말렸지요. 이레가지나서 보니 잘 말랐어요. 이걸 보다가 하느님이 그만 배를 쥐고 웃었
"인간이란 짐승이야! 이봐요, 보스, 책은 그냥 놔둬요. 창피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짐승이라니까요. 짐승이 책을 읽소?"
조르바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러고는 또 한동안 조용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하느님이 남자를 어찌 만들었는지 아시오? 이 짐승, 남자를 말이오. 이 짐승이 하느님께 맨 처음 한 말이 뭔 줄 아시오?"
"모르죠. 거기 있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찌 안단 말입니까?"
"나는 거기에 있었다오."
조르바가 소리쳤다. 눈이 번쩍거렸다.
"그럼 어디 한번 얘기해 보세요."
조르바는 절반은 취한 듯, 절반은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인간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자, 잘 들어 보세요, 보스, 어느 날 아침 기분이 울적해진 채 하느님이 일어났어요. ‘나도 참 한심한 신이로구나. 향불을 피워 줄 놈도, 심심풀이로 내 이름을 불러 줄 놈도 없으니! 이젠 늙은 부엉이처럼 혼자 사는 것도 지긋지긋하구먼, 퉤!‘ 이 양반은 손바닥에 침을 탁 뱉고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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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떤 일과나 습관을 깨뜨리는 일에 민감했기 때문에 프루스트는 여행시에 집에 대한 향수병을 앓았고 여행 도중에 죽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밤이 올 때 어떤 종류의 동물들이 불안해 하는 것처럼, 자신도 새로운곳에서 처음 며칠 동안은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그는 설명했다(그가 어떤 동물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는 요트 위에서 살고 싶다.
는 소망을 표명한 적이 있다. 그러면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으니까. 그는 이 계획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던 스트로스 부인에게 제안했다. "내부에 소음이 없는 배를 한 척 세내서 우리가 침대(혹은 침대들?)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든 도시들이 해변을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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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다면 그것은 저자보다는 우리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블레즈 파스칼은 1623년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그를 자랑스러워하는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12살이 될 때까지 유클리드의 첫 32명제를 풀었으며, 나아가 확률수학을 발명하였고, 기압을 측정하고, 계산기를 만들었으며, 승합차를설계했고, 결핵에 걸렸고, 『팡세』라 알려진 놀라우면서도 비관주의적인기독교 신앙을 옹호하는 경구들을 썼다.
『팡세』에서 가치 있는 말들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저작은 문화적으로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러한 위치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시간을 들이고 만약 우리가 그 내용을 이해할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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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삶은 갑자기 놀라운 것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 -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계획, 여행, 연애, 연구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미래에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일들을 끝없이 미루는 우리의 게으름은 이것들을 숨깁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루기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하는 위협이 생기면, 삶은다시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아! 대재난이 이번에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의 새로운 갤러리를 방문하고, X양의 발 아래 우리를던지고, 인도로 여행을 하고야 말 텐데요.
대재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 것도 하지 않을 테지요. 왜냐하면 다시 정상적인 삶의 심정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거기서는 무관심이 소망을 죽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대재난을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이고, 죽음이 오늘 저녁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요.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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