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차가워졌고 타일 덮인 창문 없는 방은 이제 이글루처럼 느껴진다. 그는 타일에 반사된 자기 모습을 본다. 반짝이는 흰 표면에서 흔들거리는 유령. 그는 여기에 머물 수 없다. 침대로 갈 수도 없다. 뭔가 슬프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
네가 쉰 살이면 난 일흔다섯 살이 되고 그다음엔 우리 뭘 할까?
웃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만사의 진리.
나는 젊은 시절의 아서 레스를 기억한다. 나는 열두 살쯤이었고 어른들의 파티에서 아주 지루해하고 있었다. 아파트는 온통 흰색이었고초대된 사람도 전부 백인이었다. 그들은 내게 무슨 색깔 없는 소다수를 주면서 아무 데도 앉지 말라고 했다. 은백색 벽지에 반복적으로 그려진 재스민 덩굴무늬에 오랫동안 매료된 나는 90센티미터마다 그 작품 특유의 얼어붙은 속성에 따라 꽃에 내려앉지 못하는 작은 벌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러다가 나는 어깨에 와 닿는 손길을 느꼈다. "뭐좀 그려볼래?" 뒤를 돌아보니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금발 청년이있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긴, 로마 조각상의 이상화된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나를 보고 씩 웃느라 약간 눈이 -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