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원숙한 노래들은 대부분이 피아노 도입부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미적 이유가 있다. 앞선 장에서 <물레질하는 그레트헨>을 논의했던 대목을 떠올려보자. 도입부는 악상을 우리에게 소개하여, 음악으로서, 음악만으로 몰입하도록준비시킨다. 이어 목소리가 들어온다. 우리에게 주목해야 할 상황을 던져줌으로써 악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려준다. 이 곡〈풍향기>에서는 피아노가 아르페지오(아르페지오는 하프에서 유래한 용어로, 화음에 속한 음들을 동시에 연주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하나하나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로 솟구쳤다가 내려온다. 오르내림 속에반복적인 음들과 트릴이 들린다. 마치 에너지가 휘몰아쳤다가 충동이 스르르 빠져나가면서 잠잠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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