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중국 무협소설을 키 높이로 쌓아놓고 읽은 적이 있는데, 연전에는 미국 드라마를 보느라고 여러 밤을 지새웠다. 미국은나라가 커서 좋겠다! 5백 기가 외장하드에 가득 찬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내가 지른 탄성이 이것이다. 드라마에 투입된 막대한 물량에만 감탄한 것은 아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줄거리, 이중삼중으로 얽혀 있는 음모, 가까운 거리 먼 거리에서 숨 돌릴 사이도 없이연이어서, 또는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 거대하고 층층으로 연결된 재난과 그 안에서 엇갈리는 개인의 운명들, 이런 모든 것을 한국사회에 옮겨놓을 수도 없지만, 옮겨놓더라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상상하기 어려운 것을 상상하기 위해서도, 그것을 관객 앞에 내놓기 위해서도, 어떤 사건이건 예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우선 필요할 것 같다. 중국 무협 드라마도 그렇다. 그 황당한이야기를 볼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언제까지나 측량이 끝나지않을 것 같은 그 대륙이다. 누가 어디사는지 모르는 땅에만 날아다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