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사람들에게 목숨을 꿔주고 탕진케 하고 탕감할 기회도 안 주고 그들을 죄다 죽여버린다. 죽음은 발정기도 갱년기도 없는 우주 최고의 냉혈한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가난한 채권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토록 가난한 죽음은 어떻게 살지? 죽음은 누구의 채무자지? 죽음은 누가 죽이지? 아마도 죽음은종말과 함께 죽을 것이다. 그때 종말도 죽음과 함께죽을 것이다. 그 누가 시간의 썩은 시체가 풍기는 악취를 견디며 영원히 홀로 지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