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금 하려는 일은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것은불법은 아니었지만(법이란 게 없으니 불법이란 것도 일절 없다) 발각만 되면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노동 25년형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윈스턴은 펜촉을 펜대에 꽂고 펜 끝의 기름기를 닦아냈다.
펜이란 건 서명에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옛날식 필기도구지만 이멋진 크림색 노트에는 볼펜으로 끄적거리는 것보다 진짜 펜촉으로써야 합당할 것 같아서 남몰래 겨우 구해 둔 것이었다. 실상 그는손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 아주 짧은 글 외에는 모든 걸 구술기록기(口述記錄器)에 불러 주는 것이 상례인데, 물론 지금 그걸 써먹을수는 없었다. 그는 펜을 잉크에 찍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뱃속으로부터 전율이 일었다. 종이에 글을 쓴다는 건 중대행위다. 그는 작고 서투른 글씨로 썼다.



1984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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