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시험이 끝나고, 뿔뿔이 헤어지는 ‘실업자 예비병들은 무척 배가 고파 보였다. 모두들 묵묵히 한꺼번에 몇 십 년을 살아버린 것처럼 잔뜩 늙은 표정을 하고 거리로 밀려 나왔다.
거리는 마침 연말이 가까웠으므로 축제 기분이었다.
네온의 불빛이 울긋불긋 그들의 얼굴을 인디언 추장처럼 채색했으나, 그 사내들은 도무지 느낄 줄 모르는 전쟁고아 같았다. 손을 주머니에 꾹 찌르고, 이를 악물고, 성욕을 억제하려는수도승처럼 한눈도 팔지 않고, 징글벨이 울리는 거리를 걸어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