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짧은 거리‘와 ‘가장 짧은 시간‘이라는, 내비게이션의 두가지 옵션 중 ‘거리‘를 선택했다. 짧은 거리는 곧 긴 운전 시간으로이어진다는 토스카나식 논리를 생각한 것이다. 짧은 거리가 곧 짧은 시간이라는 보편타당한 논리가 늘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마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운전대를 잡고 졸음과 싸워 본 사람은다 알 것이다. 그러나 토스카나에서의 짧은 거리는 교통 체증으로인한 긴 시간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것의 원인은 바로 ‘산길‘이다.
시속 60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없는 길, 추월이 거의 불가능한 1차선의 좁은 길, 너무나 굽이져 핸들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길. 지도를 한참 들여다본 후, 아레초와 시에나를 거의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73번 도로의 노란색 줄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나는 이미 상상으로 그 길을 그리고 있었다.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서북쪽으로 올라가는 검정색과 빨간색의 고속도로 줄 표시를 무시하고이 짧고도 긴 산길 여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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