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열고 나오니 밤새 비가 왔다. 아직도 보슬비가 가늘게 내린다. 풀 잎사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새 소리, 성당 종소리, 보제나의 설거지 소리가 묘한 화음을 내며 아침 기운을 만든다. 감기는 더 이상 발전되지 않은 모양이다. 기온은 여전히 뚝 떨어졌지만몸의 한기는 견딜 만하다. 미쇼가 열려진 방안으로 들어올 태세다.
알리는 피자 화덕 밑의 보송한 요 위에서 아침잠을 즐기고 있다.
몇 번 불러봤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긴 이런 축축한 날 뭐 하러 밖에 나오겠는가. 부엌에서 나온 보제나가 빨랫감을 들고 이리저리 다닌다. 나를 보자 후다닥 어디를 가더니 두 손에 뭔가 들고나타났다. 달걀이다. 손으로 만져보니 따뜻하다. 지금 막 닭의 품에서 나온 것이다. 아. 저것이 오늘 아침상에 오르겠구나. 순간 입맛이 떨어졌지만 수십 년 먹어온 익숙한 음식이라고, 그러므로 별거 아니라고 위안을 했다. 이탈리아식 아침 식탁에서 달걀마저 빼버리면 정말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크로와상 1개, 카페라테, 과자,
반숙 달걀 1개가 차려졌다. 과자를 제외한(정말 이것만은 아침부터절대 먹히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먹고 마셔도 허전한 기운이 사라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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