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사나흘 예정으로 동북 지방으로 떠난다. 여행 준비도다 마쳤고 부탁받은 짧은 원고도 봉투에 넣어 우표를 붙였다. 이제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 전이다. 아무리 그래도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서재에서 아래로 내려오다가 거실을 들여다보니 어머니가 멍하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젊은 유부녀의 불륜을 다룬 드라마였다. 머지않아 예순이 되는 나이에도 왜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싶어 할까. 어머니는 내가 장지문 옆에 서 있는 걸 알아채고는 리모컨으로 스위치를 껐다.
"차 마시고 싶으면 갖다 줄게."
허둥지둥 일어서려는 어머니를 제지하면서 나는 말했다. -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