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면증을 앓고 있으며 누가 곁에 있으면 도무지 잠을 이룰수 없기 때문에 자정 이후에는 여자를 집으로 바래다줘야 한다고설명해야만 했다.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속내 사정은 그의설명보다 훨씬 복잡했고 그것을 여자 친구들에게 감히 고백할 수없었다. 그는 정사를 마친 직후 혼자 있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욕구를 느꼈던 것이다. 한밤중에 잠이 깨었을 때 옆자리에 낯선존재가 있다는 것이 불쾌했다. 부부가 함께 아침에 일어난다는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고, 욕실에서 내는 그의 칫솔질 소리가누군가의 귀에까지 전해지는 것이 싫었으며, 두 사람만의 다정한식사가 아쉽지도 않았다.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테레사가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토록 기겁을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지난밤을 돌이켜 생각했고 그가 알지 못했던 행복의 향기를 느꼈다고믿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 모두 잠까지 함께 잘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나는 그들이 정사를 나누는 목적은 관능성에 있지 않고 그 뒤에 이어지는 잠에 있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테레사는 그가 없으면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혼자만 원룸 아파트에 있을 경우(그것은 점차 하나의 구실에 불과했는데) 밤새 한잠도 자지못했지만 토마스의 품안에서는 불안의 극치에서도 언제나 차분해지곤 했다. 토마스는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그녀만을 위해 꾸며낸 옛날 이야기를 해주거나 위로의 말, 혹은 유머를 단조로운어투로 되풀이하곤 했다. 이러한 말들은 테레사의 머릿속에서 흐릿한 영상으로 변했다가 이내 그녀를 첫 꿈으로 인도하곤 했다.
그는 그녀의 잠에 대해 절대적 권력을 행사했고, 그녀는 토마스가 원하는 순간에 잠들어 버렸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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