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줄 안다 하면 그다음엔 주량이 얼마나 되느냐 묻는다. 도대체 주량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모호하기 짝이 없다. 주량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곤혹스럽다. 혼자서 술병을 끼고 세면서 마시는 것도 아닌데 주량을 어찌 계산할 수 있겠는가. 아마 그건 말술을 너끈히 마시는 사람이 배포도 크고 인간성도 좋다는 편견에서 온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의 주량을견주며 내가 세니 네가 세니 왈가왈부하는 것일 테지. 하지만 말이다. 사람들과 함께 기분 좋게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정도로, 분위기 썰렁하게 만들지않는 정도로 거들면 되지 주량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단언하건대 주량 센것을 무슨 훈장처럼 여기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나는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독주보다는 와인을 즐기는 편이다. 술이란 게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맨송맨송하다면 술 마시는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체질적으로 독주에 강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증류주에 강해 잘 취하지 않는다.

대신 맥주 같은 발효주는 조금만 마셔도 취기를 느낀다. 그래서 일부러 맥주를 마시곤 하는데, 맥주야 거품 보글거리는 상큼한 첫맛이 제격이지 그다.
음부터는 배만 부를 뿐, 화장실에 물건 맡겨 둔 사람처럼 들락날락거려야일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내가 차선책으로 택한 게 와인인데, 와인은 많이 마시기엔 가격도 비싸고 다음 날 두통이 있어 가볍게 마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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