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샤워의 기적 - 기쿠치 선생님의
기쿠치 쇼조 & 세키하라 미와코 지음, 임정희 옮김 / 봄풀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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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천천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만치서 초등 5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 갔다.  그런데 그 아이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목청껏 외치는게 아닌가?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잠시 멈칫 서 있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그러는건가 싶어 뒤돌아 보니 맞은 편에서 걸어 오고 있던 제 또래의 남자아이를 부르는 호칭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욕설을 뱉은 아이나 그 소리를 들은 아이나 뜻밖에도 하나같이 해맑다. 부르라고 지어 준 예쁜 이름은 어디로 가고 호칭이 개XX가 된 건지, 또 그렇게 부르고 불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어린이들이라.....아 이건 정말 심각한 언어의 붕괴가 오겠구나 싶었다. 욕설이 욕설로 들리지 않는다면 더 심한 언어의 파괴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쓰는 말들이 험해졌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더 두고 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만난 책 [ 기쿠치 선생님의 말샤워의 기적 ]은 정말 가뭄속에 맞이한 단비 같았다. 두 서너번 읽으며 기쿠치 선생님의 귀한 가르침을 한 개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평소에도 '말의 힘'을 열렬하게 신앙했던지라 가능한 부드러운 말 따뜻한 말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타인의 날 선 말 한마디에 베인 상처는 오래도록 깊은 흉터를 남긴다

그 이에게서 칭찬의 말을 백 마디 들었다해도 흉기 같은 날카로운 한마디는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 것처럼 말이 가진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 오르는 학급붕괴...교육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학급이 붕괴되고 있다. 우리 나라 역시 이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교사의 멱살을 쥐는 학부모에 체벌이라도 할라치면 폰을 들이미는 아이들,  주위의 시선이 무서워 오히려 아이들을 방치하는 교사. 이 세 가지 톱니가 엇물리면서 서서히 교육이 무너져 내린다. 뉴스만 들어도 이런 일들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지난 20여년간 말샤워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 해 온 기쿠치 쇼조 선생님.

아이들간의 대화 단절이 만들어 낸 거칠고 험한 말들. 그런 말들 때문에 아이들은 점점 더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고 자꾸만 옭아 매다 보니 나중에는 말하는 법 글쓰는 법조차 잊어 버리게 된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기쿠치선생님이 인내심으로 천천히 풀어주는 과정들을 지켜 보면서 몇 번이나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물론 기쿠치선생님의 노력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준 아이들도 너무나 대견하다. 말이 가진 힘을 대수롭게 여겼다면 이 아이들의 변화는 절대로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붕괴되어 가는 학급을 진정 다니고 싶은 교실로 만들고  학교 가는 것을 즐거운 일로 만드는 것은 관심이다. 그 사람을 진심으로 칭찬 해 주려면 그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던지는 칭찬은 오히려 욕보다 못하다. 기쿠치 선생님이 제시하는 몇 가지 수업은 실제로도 꼭 실천해보고 싶은 방법들이다. 성장 노트와 나의 책 만들기 나만의 자기 소개 만들기 등등 모든 아이들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는 당당한 말샤워 수업법이 놀랍다 .어렵고 힘들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늘 가까이 있었던 방법들인데도 새삼스럽다. 욕을 듣고도 웃는 어린이들의 귀를 칭찬의 말 샤워로 깨끗이 씻겨주고 싶다. 욕설은 우정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 될 수 없다.  결국엔 자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나쁜 말씨앗이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기쿠치선생님의 의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던 동료교사들의 행동이다. 해봐도 되지 않을 텐데 사서 고생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 동료들은 같은 교직의 교사들이었다. 이런 교사의 마음가짐이 학급붕괴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아닐까 싶다. 그나마 현재는 젊은 교사들이 기쿠치 선생의 수업 방식을 배우기 위해 모임을 주기적으로 가지며 활발한 토론과 의견교환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아이들은 그저 단순하게 관심 받기를 원한다.  그것조차 거절 당한다면 어떻게 아이들의 입에서 예쁜 말이 나오겠는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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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

읽은지 며칠이나 지났건만
참 신기하게도 계속 생각이 난다.
에드워드는 책에서 뛰쳐나와
내 머릿속에서 마음길에서
또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일까.
그렇다면 부디 외롭지않기를 !!
오래 묵혀둔 기억이나 되는 것처럼
내가 에드워드인 것처럼 읽었다
마음울타리를 다 걷어내고
귀 기울여 듣는 것처럼 읽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인데
그 속엔 나이만 든 어른을 위한
철학이 담겨 있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당연시
여겼을 때
내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속에 있었다.
신호를 기다릴 때도
꾸역꾸역 밥숟가락을
들이밀때도
그냥 가만히 누워 천장을
보고 있을 때에도
나는 에드워드를 본다.
도자기토끼인형
에드워드 툴레인.
아, 그냥 ...
나는 네가 행복했음 좋겠다.
반들반들한 그 도자기얼굴아래에서
네가 쓰윽 미소지어주면
좋겠다.
에드워드 툴레인을
알고나서부터 자꾸 마음이
팬위에 놓인 치즈처럼
뭉크러지고 녹아든다.
슬픈 것도 애잔한 것도
아닌 참 오묘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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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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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 경제 ] 라는 단어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은 참으로 얄팍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체감하며 살아내고 있는 이 경제란 것을 분석하고 살펴 볼 만큼의

관심따위는 아예 있지도 않았고 이런 일은 그저 전문가나 경제학자만의 몫이라고 생각했었다.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없던 두통이 생겨날 만큼 소위 완전한 문외한인 내게

이 책은 처음엔 짐처럼 느껴졌다. 몇 번이나 책장을 펼쳤다가 덮었다가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전문학자이며 저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이런 말로 나의 호기심을 끌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ㅡ 나 역시 명망 높은 경제학자로서 아무나 읽지 못하는 어려운 글을 쓸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또한 ( 나 자신의 것을 포함해서 ) 그 읽기 어려운 글들이 이 책의 이론적바탕이

되어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행동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려면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개진되어야

한다 ㅡ본문 p 12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진짜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인데 내가 아주 쉽게 쉽게 풀어서 설명해줄게 라고

심지어 유머까지 구사할거라고 말을 건네는 데 어찌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워낙 경제는 정치만큼이나 무관심하고 백치에 가까운 정보뿐이라 몇 번을 읽었어도

아직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우리가 겪었던 1997년의 IMF 사태를 완벽하게 다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안에서도 한국의 불황을 언급하고 있다. 구조적 짜임으로 아시아에 번진

경제위기를 결코 벗어 날 수 없었던 지난 암울한 과거를 돌아보니 하마터면 나라가

파산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고 이미 금융으로는 세계가 하나라는 것도 어찌보면

좀 무서운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날의 과오에서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나 역시도 IMF를 겪었던 사람이지만 당시에는 좀 더 큰 눈으로

전체를 보는 법은 몰랐었다.

폴 크루그먼은 주장한다

1930년대의 대공황같은 사태가 오지는 않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불황의 시대가 도래하리란것을

공황 자체가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잊고 있었던 불황경제학은 놀랍게도 다시 돌아 왔다고.

그러고 보니 불황이란 말을 요근래 엄청 자주 많이 들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들어 온 듯도 하다.

재래시장의 불경기/ 서민들의 얇은 주머니/ 체불임금자들 / 해고된 노동자 /

취업이 되지 않는 청장년층 .... 어디를 가도 다들 불경기라서 너무 힘들다고 한다

소비가 줄고 출산률마저 바닥을 치고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세대는 더 늘어만 간다

총체적 난국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이 시점에

이 불황을 경제적으로 잘 활용하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공짜점심은 없다]는 본질적 경제용어를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으로 만들고

연구하는 것이 바로 불황경제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경제도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상호간의 이해가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경제면의 뉴스를 더 꼼꼼하게 살펴 보는 계기가 되어준 [ 불황의 경제학 ]

일독을 권한다. 천천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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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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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란 정말 대단한 존재다
이토 세이코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천천히 글을 읽었고 그리고 조금 울었다 
책 속에서 밤마다 울려 퍼졌던 
아크의 라디오방송이 내게도 들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담아서 울었던 것 같다
삼나무꼭대기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디제이 아크
방주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아크는
말 그대로 홍수에 떠밀려
삼나무가지 끝에 쓸쓸하게도
혼자 남은 배처럼 걸쳐져 있었다.
상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상상라디오의 진행자를
자원하고 밤마다 그는 상상속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준다.  
명랑하고 쾌활하게 .... 소식이 끊어져 버린
아내와 아들의 이야기를 전할때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는 멋진 디제이였다.   
그런 그가 선곡해주는 노래들은
또 어찌나 사연에 알맞춤한 선곡인지
노래 한 곡만으로도 아크와  사연의 청취자와  
나 역시도 따뜻하게 위로 받았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노래 한 곡에
새삼 눈물겨워진다.

뜻밖의 사고로 갑자기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다면 뒤에 남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본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자연의 거대한 힘에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마음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이 있었다면 그 무거움때문에
영혼이 새털처럼 가벼운 무게로
떠나가지 못할 거란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억울하고 당황스럽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는 어리둥절함
그런 때에 빛처럼 들려 오는
상상라디오의 시그널.
상상라디오방송을 귀 기울여
듣고 싶어 하는 작가 S씨처럼
나도 그 방송국에 편지를 쓰고 싶다.
갑작스럽게 악화되어 말 한마디
못 나누고 영영 헤어진 엄마에게
여전히 그리워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사연을 남기고 싶다.
디제이 아크가 내 사연을 읽어주고
그리고 꿈에서라도 엄마의 답장을  
받아 보고 싶다. 

[ 살아 있는 나는 세상을 떠난 당신을
늘 생각하면서 인생을 보낼테고
죽은 당신은 살아 있는 나의 부름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나를 통해 생각하는 거야  ...
죽은 사람을 껴안는 것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이 서로
껴안고 가는 거라고. ]


본문에 나오는 이 말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가령 아크가 부재중이어도
상상라디오방송을 늘 기다릴 것이다.
주파수만 맞아진다면
깊은 한 밤중 어느 때쯤
우연하게 들려 올지도 모른다.
이별의 말 한 마디 못 나누고
헤어진 모든 이들에게
죽었다고 잊혀지는 건 아니란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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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눌러 담은 인생 한 그릇, 감동 한 그릇! `식당사장 장만호` 출간! :: 오늘도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곳 새움출판사
http://saeumbook.tistory.com/m/post/508



친구 옥숙이가 이번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알라딘에 아직 입고가 안되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기다리는 중
친구가 돼지갈비식당할 때의
모습을 익히 아는지라 소설이
무척 궁금하다 ㅎㅎ
두근 두근 기대도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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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2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친구분이 책을 내셨다니 대단한걸요^^ 꾹 꾹 눌러담은 인생 한그릇에 제 마음도 설레이네요 ㅎㅎ

여운 2014-12-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네 감사합니다 ^^ 문창과 동기인데 다들 제 몫을 하고 있어서 저도 기쁘답니다 ( 저는 그렇지 못해서 그저 눈물만 주룩주룩 ㅎㅎㅎ )
친구의 소설이 많이 읽혀졌음하는
바람이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