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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개인적으로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 줄 읽고 잠시 숨을 좀 쉬고 어떨 때는 반나절을 쉬었다가 읽기도
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가 엄마의 첫 기제사 무렵이었다
꿈 속 같았던 일들을 정신없이 치르고 나서 벌써 -벌써라는 단어를 쓰기엔 여전히
엄마의 빈자리는 툭하면 눈물부터 쏟아지는 자리다 - 시간이 이만큼 흘렀지만
아직도 내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같다.
엄마의 전화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엄마의 물건들을 치우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잃었을 때 혹은 사랑하는 이를 영영 떠나 보냈을 때
애도의 기간을 원없이 슬프게 진심으로 겪고 보내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릴수 있었다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내 안으로만 담고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삼베색깔의 책 한 권.
상장처럼 두른 검은 띠지가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제목만 봐도 벌써 가슴 한 가운데가 펑 젖어 오는 이 책을
과연 끝까지 잘 읽어 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천천히 읽어 내려 갔다
작가는 아버지의 발병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1254일 삼년 반이란 시간을 기록했다.
아버지의 정신마저 피폐해져 정상적인 대화조차 할 수 없었던
긴 간병의 세월을 담담하게 적어 놓았다.
저렇게 담담해지기 까지 마음에 생채기가 얼마나 덧나고 또 덧났을까
아픈 사람이 가족일 때 누군가는 생업조차 팽개치고 간병에
매달린다
나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노쇠한 부모라면 사막에 물을 한동이 한 동이 퍼 붓는
심정으로 스물 네 시간을 보내게 된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정상적인 의식없이 칠 년을 요양원서 지내다가
말씀 한 마디 못하고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임종과 병원서
쓸쓸히 세상을 버리신 시아버지와
5년의 시간을 두고 똑 같은 병원에서 떠나 보낸 엄마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 가운데 커다란 바윗덩이가 쓰윽 얹혀 지는 기분이 든다.
죽음은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기만의 몫이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죽음 역시 내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저절로 흘러 갈 수 있다
스스로 죽음에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완벽한 마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태 살아 온 궤적이 그렇듯 생각한 대로 인생은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가 아버지의 임종과정을 어떤 심정으로 보냈는지 글자 하나 하나마다
다 눈물이 고인듯 보여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병원에서의 조치들에 대한 불만제기는 나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명확함 없는 [ 좀 더 지켜 봅시다] 라는 막연한 대답에 환자와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놓기 때문이다
본인이 임종을 아름답게 맞이 할 방법은 정말 하나도 없을까?
관심사가 아픈 환자에게로 쏟아지게 되면 세상에 이렇게 많은
병원이 있었나 싶어진다
밤사이 만들어 지는 모든 건물들은 요양병원이 대다수다
그 때서야 그런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인생의 끝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온다
지금 열심히 살아도 결국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저런 요양병원의 침대 한 칸일 수도 있다는 건 조금 슬프다.
간병인이 받는 트라우마와 정부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함께 머릴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싶다
점점 고령화 사회로 변하고 있는데 그렇게 빠르게 달려 가는 사회 현상을
제도가 따라잡지 못한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고 떠나 보내고 또 잊고 그렇게들 살아 간다
죽음앞에서도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면 아직 젊을 때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 역시도 죽음을 향해서 걸어 가고 있으며 매일 하루씩 지워 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후회없는 삶을 위한 깨달음이다 .
노쇠하여 망가진 육신과 점점 어린 아이처럼 변해가는
퇴행현상들은
본인의 의지로 제어되지 않는다
죽음은 때때로 죽기조차 힘들구나 라는 탄식을 안고 온다.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 준 이 책이 새삼 고맙다.
지금 이 순간도 죽음과 삶의 문턱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이 힘들지 않는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