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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름다운 ㅣ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평점 :
BUT BEAUTIFUL
레스터 영, 텔로니어스 멍크, 찰스 밍거스, 버드 파웰, 아트 페퍼... 재즈 음악가들의 일화는 제프 다이어에 의해 읽히는 재즈가 된다. 눈으로 재즈를 읽음으로서 그 순간들을, 음 하나하나를, 소리를 활자를 통해 기억할 수 있게 만든다. 모든 연주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고 단어와 문장들은 그 순간들을 소리로 만들어낸다.
📖그는 꿈을 꿨다. 그는 해변에 있었고 술의 파도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투명한 알코올의 물결이 그를 덮쳤고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래속으로 스며들었다.
📖음악은 자네로부터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네. 삶이 모든 것을 앗아간 거야. 음악은 자네에게 되돌려졌지. 물론 그건 충분치 않았지만. 충분,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
📖끔찍한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했어. 그것은 민첩함과 강인함을 당연히 지니고 있던 한 체조 선수가 작은 실수 를 범하면서 바닥에서 나뒹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었어.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얼마나 시시하게 벌어 지는가를 자네는 깨달았을 뿐이었네. 진실을, 행위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은 완벽한 곡예가 아니라 추락이라는 것도. 그 기억은 영원히 자네 안에 남아 있겠지.
내면의 고통, 마약, 술, 흑인이기 때문에 존엄성을 잃을 수밖에 없던 순간들, 그들을 향해 쏟아지던 분노들. 그들은 이 모든 것들에 저항하기보다 쓰러지고 이겨내기보다는 공허해진다.
부서지고, 파괴되고, 망가트려져도, 그럼에도 이 아티스트들의 연약한 아름다움은 그들로 하여금 연주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더 이상 연주할 수 없는 그 순간조차도, 모든 것이 지워진 그 순간조차도 재즈 그 자체였다.
재즈를 제외한 다른 예술은 창작자가 하나의 정교한 예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복된 행위를 하지만 재즈는 이미 그 모든 순간이 예술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슬프고 연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나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