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인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인 듯 환상인 듯 누구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무의 이야기도 아니기도 하고 실제이기도 한, 평범한 단어들이 모여 완성된 기이한 세계.

존, 레이건, 빈센트, 마리아, 리사, 에다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다른 사람인 듯 하지만 일견 모두 같은 사람이고 젊은이의 모습을 하기도 하고 노인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여성이기도 하고 남성이기도 하다. 지상과 지하는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단절된 공간이고 그들은 지하에 갇혀있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욕망은 정욕적이지만 전혀 에로틱하지 않고 평범한 배경의 평범한 인물들은 끊임없이 기이한 공간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뱀, 새, 쥐, 벌, 늑대 같은 동물들은 인물들을 위협하는 듯, 그 공간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떠났다가 돌아오고 다시 떠나고 인물들은 공간 속에서 엇갈리고 서로를 쫓고 그리워하고 재회하고 헤어진다.

살아있음과 죽음은 그 과정에서 전복됨을 반복한다.

여기가 어디이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전혀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찬쉐는 원시적 충동을 기반으로 한 비이성적 창작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평생 그 상태에서 글을 써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찬쉐의 소설에는 일반적인 소설의 문법을 찾아볼 수 없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사가 해체되며 일차원적인 상징이나 이성적 논리 전개가 없다. _옮긴이의 말 중)


"나는 거기에서 왔어. 하지만 그 길로 다시 가라고 하는 건 불가능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나는 길을 다시 새로 찾아야만 해. 너도 찾아야만 해. 너희 집에는 도박의 도시로 통하는 길이 있어. 네가 그 길을 볼 수 없는 건, 그 길은 낮만 되면 사라지기 때문이야. 나는 분명히 그곳에서 반 시간 만에 왔어. 그건 뭘 설명할까? 길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왜 누워 있어요? 밖에 나와 돌아다니면 되잖아요."
"돌아다닐 마음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사유하고 있는데.

"도박의 도시에 오는 사람들은 뼛속까지 사채업자거든. 당신을 좀 보라고. 당신을 좀 불쾌하게 했다고 바로 그것을 밀어내려고 하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업신여기는 천성이야."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죠.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사람은 서서히 사라져요. 당신의 질문에 대답이 되었나요? 깊은 밤에 이토의 서점에 가면 그 안에서 악전고투하는 그의 소리와 책들이 서가에서 쏟아져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을까요?"
"밤은 아득하고 저는 위험한 곳에 떨어질 거예요. 아무도 절 도울 수 없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