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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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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이야기는 아버지가 전하는 자식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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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믄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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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아버지가, 힘없이 쓰러져 있던 아버지가, 결국엔 모두 한 모습의 아버지로 계속해서 떠올랐다.
『엄마를 부탁해』(2008)로 한 권의 가족 이야기를 전했던 신경숙 작가가 이번엔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우셨다는 동생의 말에 J시로 내려간 주인공은 단 둘이 남게 된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이 알던 아버지와 낯선 아버지의 모습이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작가가 끝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이어져 수많은, 하지만 또 한 모습의 아버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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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아버지였다.
매일이 바쁜 사람이었고, 매일이 고된 사람이었다. 가족에게 건네는 말보단 홀로 마주하는 술 한잔이 편했고 그 또한 역시 아버지의 선택이라는 마음 편하고 속없는 생각을 했었다.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고 지켜주던 아버지였지만,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위치가, 그 방향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이젠 내가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작고 굽은 등에서 결국은 떨쳐낼 수 없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제자리걸음일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그 잠시나마 아버지의 옆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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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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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창비 출판사의 사전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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