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부: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아니한 부끄러운 부분

-

누구에게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서랍 깊숙이 숨겨놓은 부끄러운 조각이 있지 않을까.

그 한 조각을 꺼내어 보여준 아홉 명의 작가, 아홉 개의 복숭아가 담겨 있는 책이다.

-

여름여름한 빛깔의 표지와 복숭아

동그란 형태와 탐스러운 빛깔을 지닌 복숭아지만 쉽게 물러버린다는 점을 숨기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아홉 명의 작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당당하게 내세우는 겉모습의 이면에 복숭아의 무른 성질이 있다.

하지만 그 무른 성질,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조각, 치명적 약점이라 부르는 '아킬레스건'이야말로 다르게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준 가장 나다운 모습이 아닐까.

꼭꼭 숨기고 싶은 마음만큼 가장 내면의 내 모습을 닮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름밤의 서늘함과 습도, 소리, 맥주 한 잔이 내면의 아킬레스건을 스르륵 내보이게 만들었다.

-
'부끄러운 이야기'라는 포괄적인 주제로 묶인 아홉 개 이야기의 통일감이 약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홉 명 작가의 색이 서로 달라 아홉 개의 복숭아보다는 각자 다른 과일을 꺼내놓은 듯하다.
그중 가장 입에 맞았던 과일은 남궁인 작가의 「도-레-미-미-미」다. 노래방과 음치 에피소드를 읽으며 킥킥대며 한참을 읽었다.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2021년 늦봄호에 등장하는 NK의 노래방 에피소드의 시퀄을 본 듯하다. 최근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처럼 글에 담긴 유쾌함에 즐거웠다. 남궁인 작가의 팬으로 이 꼭지 글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내 감정을 믿고 가겠다는 마음. 사랑이 끝나거나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관계에 실패하더라도 감당하겠다는 마음. 그건 용기이기도 하다. - P20

어쩌면 우리는 한 권의 책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매일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나무에서 시작해 한 장의 종이가 되고, 종이가 하나둘 쌓여 책 한 권이 되는 건 아닐까. 어딘가의 책장에 자리를 잡고 지내다가, 다시 나무가 될 준비를 갖추는 존재가 아닐까.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