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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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정수. 시대반영을 잘했고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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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폴로의 도서관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마르코폴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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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펀딩을 모른체할 수 없었다. 앞으로 아베 코보의 많은 작품이 번역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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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 페이지터너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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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봄 눈으로 익숙한 작가 미시마 유키오. 풍요의 바다 4부작을 완성한 후 자위대 쿠데타를 촉구하며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기구한 운명의 작가. 『사랑의 갈증』은 그가 25살 때 발표한 작품으로, 시골 마을에 반강제적으로 갇힌 상류계급 출신 도시 여성 ‘에쓰코’의 열렬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사랑과 집착, 질투와 시기,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유욕과 같은 인간의 본성이 미시마의 예리한 관찰력에 의해 여성의 시각으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사부로와 미요의 관계에 따라 변하는 에쓰코의 감정 묘사는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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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은 주인공 에쓰코와 남편의 가족들로 단순한 편이다. 시아버지 야키치, 첫째 아들 겐스케와 부인 치요코, 둘째이자 남편인 료스케, 셋째 아들의 부인 아사코와 그녀의 아이들, 하인 사부로와 미요.

료스케의 아내 ‘에쓰코’의 감정선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남편 료스케의 바람기와 아내에 대한 무심함으로 인해 에쓰코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사랑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어느 날 료스케가 장티푸스로 죽음을 맞이한 후, 에쓰코는 시아버지 ‘야키치’의 부름으로 시골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야키치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채 하인 시부로에 대한 사랑을 남몰래 키워나간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게, 마음속에서만 아주 내밀하게. 책은 후반부까지 사부로에 대한 에쓰코의 사랑과 질투를 바탕으로 진행되며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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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별게 아닌 것이다. 사랑에 많은 의미를 두는 에쓰코, 그리고 미오를 임신 시키고도 사랑의 감정이 뭔지 잘 모르는 사부로는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사랑의 갈증을 타인으로부터 해소하려는 에쓰코는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이 책에는 어떤 대상을 원하면서 원하지 않는, 사랑하면서 괴롭히고 싶어 하는 인간의 양가적인 마음이 잘 드러난다. 특히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에쓰코의 감정에서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는데, 에쓰코는 남편이 죽기를 바라면서 살기를 희망한다. 남편의 사랑을 원하지만 남편이 되살아나면 또다시 자신을 떠날 것임을 알기에 그의 죽음을 바란다. 그의 죽음으로서 온전하게 그를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에쓰코가 깨달은 것은 행복과 고통을 나란히 연결 짓는 모순이었다.

시아버지 ‘야키치’ 역시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다. 사부로와 미요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과장되게 늘어놓으며 에쓰코를 괴롭힐 때 야키치가 느끼는 것은 일종의 기묘한 친애의 정, 말하자면 역설적인 '우애'라고 표현했다. 에쓰코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괴롭히는 그의 소심한 유희는 에쓰코를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계속된다.

첫째 아들 ‘겐스케’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 있다. 능력 없지만 능청맞은 겐스케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책의 내용을 가볍고 기분 좋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겐스케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메이테이’와 상당히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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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의 묘미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에쓰코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이 어렴풋이 있고, 탐미주의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를 읽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조금 덜하지만 인물의 심리묘사는 충분했다.

마초적인 외모와 몸매의 미시마 유키오가 쓴 글이기 때문에 더 인상깊게 다가오는걸까. 『사랑의 갈증』은 기대한 것보다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일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금각사와 봄 눈, 금색 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시마의 작품들. 번역되지 않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의 ‘풍요의 바다’ 시리즈가 어서 출간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전의 뒷면이 앞면에 닿으려는 노력만큼 힘든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구멍 없는 동전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것이다. 바로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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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철학 수업 -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지적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지식 인생 처음 시리즈 1
폴 클라인먼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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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철학은 난해한 문장으로 인해 너무 어려워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한다. 또는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인생 처음 철학 수업』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든 쉬운 철학 입문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생략하고 24명의 철학과 23개의 이론, 8개의 난제로 정리했다. 어려운 용어는 표와 같은 시각적 형태로 표시하여 이해하기 쉽게 하였고, 본문에 실려있는 컬러 이미지는 초심자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이 책의 특징은 초보자를 위해 철학을 보기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철학 초심자에게 장황한 철학 설명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마치 장광설과도 같은 느낌. 하지만 『인생 처음 철학 수업』은 간략한 설명과 함께 도표와 그림처럼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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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철학자별 이론과 배경, 사상, 업적을 설명한다. 익숙한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소크라테스, 쇼펜하우어, 헤겔,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 니체, 사르트르 등. 출생연도 순으로 배치하여 철학사 안에서 이어지는 사상의 계보를 그려볼 수 있다. 이런 배치는 철학의 전체적인 뼈대를 잡고 흐름을 연결시켜주어 철학의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페이지 위쪽 부분은 철학자의 이름과 한 줄 요약, 다른 색상으로 표시된 해시태그가 나온다. 아래에는 철학자의 초상화와 간략한 내용이 적혀있고, 본문에는 내용과 컬러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러한 배치는 가시성이 좋아 글을 읽기가 수월했고, 가독성까지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핵심 단어를 다른 색상으로 표시한 해시태그의 효과가 꽤 좋았다. 눈에 띄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2부에서는 이론과 논점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충족이유율, 변증법, 형이상학, 실재론 등 난해한 용어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어려운 개념이 많다. 여기서 다른 철학 책과의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웃음’이라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다룬 사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유머의 철학’에서는 웃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나온다. 많은 철학자들은 웃음의 이유를 우월성에서 찾기도 하고, 신경 에너지, 또는 부조화 이론에서 찾기도 했다. 특히 플라톤과 데모크리토스의 웃음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 인상 깊었다. 많은 철학자들이 유머와 웃음에 이토록 진지한 사유를 했다고 생각하니 경이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A이론의 대립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철학과 과학이 ‘시간’이라는 주제에 각각 어떻게 접근하는지 비교하기도 한다.

마지막 3부는 철학의 구체적인 응용 파트다. 여기에 나오는 난제들은 꽤나 흥미롭다. ‘플라톤의 동굴’을 보며 형상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를 읽으며 공리주의의 모순을 생각했다. 그 외에도 흥미롭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난제들을 여러 가지 던져준다. 철학이 어려운 사람일지라도 3부를 읽을 때에는 재미있어 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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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핵심은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자신과 주변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 나오는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떤 대상을 깊게 사고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어떤 것을 추론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고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인생 처음 철학 수업』으로 인해 철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 철학의 뼈대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책은 철학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이 읽기에 알맞은 책이다. 철학 초심자들이 입문하기에 부담 없는 책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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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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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 이판사판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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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도쿄 사기꾼들』은 2017년에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지면사들의 이야기다. 범죄 과정은 논픽션이라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있어 박진감 넘치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10대 시절 문제아로 지내다 마약에 손대기도 했던 저자 ‘신조 고’가 지금껏 쓴 소설은 모두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악당들이 사기 치는 과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긴장감을 준다는 것. 저자는 이를 핵심으로 생각하여 실제 사건에서 지면사들이 어떤 수법으로 범죄를 성공시켰는지 꼼꼼히 조사하였다고 한다. 책 속에는 대역 캐스팅과 내장 IC 칩 복제같이 실제 범죄에 쓰인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한다. 리얼한 범죄 묘사로 인해 머릿속에서 장면이 영상화되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범죄를 세밀하게 엿볼 수 있다는 것. 불법적인 일을 관음 하는 행동에서 발생하는 짜릿함과,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 심리’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도쿄 사기꾼들은 그러한 욕구를 해소시켜 줌으로써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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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방화로 인해 어머니와 처자식을 잃은 ‘다쿠미’는 보도방 드라이버로 일을 하던 중 부동산 사기에 정통한 지면사 ‘해리슨 야마나카’를 만난다. 이후 해리슨의 인정을 받아 그의 밑에서 본격적으로 지면사 교육을 받으며 같이 일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100억 엔대의 큰 건을 기획하면서 갈등과 반전이 펼쳐진다.

초반부에 나오는 주인공 패거리들과 마이크로 홈 측의 거래 장면은 아주 짜릿하다. 리얼한 대화로 현장감을 살리는데, 대역이 가짜라는 게 들킬까 내가 초조해지는 기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악당의 편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반복되는 사기 과정에서 오는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소설 중반부터는 ‘해리슨’과 ‘다케시타’의 대립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캐릭터 간의 갈등을 이용하여 위기감을 조성함으로써 독자들의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지막에 다쿠미는 지면사로 했던 일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다쿠미. 앞으로도 악인을 주인공으로 하겠다는 저자의 생각을 투영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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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범죄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들을 추적하는 다쓰 형사의 이야기는 소설의 큰 줄기를 이어주는 도구로 쓰이는 정도이고 그 분량도 많지 않다. 이런 부분에서 악당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악당들과 피해자들의 거래 장면. 사기 치는 자와 의심하는 자들의 대화는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악당들이 혹시 들키지는 않을지 마음 졸이며 읽는 기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초반부의 ‘마이크로 홈‘과 후반부의 ‘세키요 하우스’처럼, 사기 치는 거래의 대화 비중이 더 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과자를 먹다 빼앗긴 아이가 조금만 더 달라고 투정 대는 것처럼.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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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은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터너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불법적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숨어있는 인간 본성을 이끌어내어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범죄에 관해 흥미로운 책을 찾는 사람과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전세 사기와 각종 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데, 우리들에게 부동산 사기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도쿄 사기꾼들은 최근에 넷플릭스로 영상화되었다고 하니,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재생됐던 영상과 비교해서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을 듯하다.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 붙어있는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김 사장님’의 자필 메시지. 꼭 편집자의 후기를 먼저 봐달라고 적혀있었다. 그 덕분에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북스피어의 이판사판 시리즈, 열한 번째 이후의 작품도 충분히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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