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기꾼들 ㅣ 이판사판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쿄 사기꾼들』 - 신조 고

『도쿄 사기꾼들』은 2017년에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타인의 부동산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지면사들의 이야기다. 범죄 과정은 논픽션이라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있어 박진감 넘치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
10대 시절 문제아로 지내다 마약에 손대기도 했던 저자 ‘신조 고’가 지금껏 쓴 소설은 모두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
이 책의 특징은 악당들이 사기 치는 과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긴장감을 준다는 것. 저자는 이를 핵심으로 생각하여 실제 사건에서 지면사들이 어떤 수법으로 범죄를 성공시켰는지 꼼꼼히 조사하였다고 한다. 책 속에는 대역 캐스팅과 내장 IC 칩 복제같이 실제 범죄에 쓰인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한다. 리얼한 범죄 묘사로 인해 머릿속에서 장면이 영상화되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그리고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범죄를 세밀하게 엿볼 수 있다는 것. 불법적인 일을 관음 하는 행동에서 발생하는 짜릿함과,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 심리’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도쿄 사기꾼들은 그러한 욕구를 해소시켜 줌으로써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
_
아버지의 방화로 인해 어머니와 처자식을 잃은 ‘다쿠미’는 보도방 드라이버로 일을 하던 중 부동산 사기에 정통한 지면사 ‘해리슨 야마나카’를 만난다. 이후 해리슨의 인정을 받아 그의 밑에서 본격적으로 지면사 교육을 받으며 같이 일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100억 엔대의 큰 건을 기획하면서 갈등과 반전이 펼쳐진다.
​
초반부에 나오는 주인공 패거리들과 마이크로 홈 측의 거래 장면은 아주 짜릿하다. 리얼한 대화로 현장감을 살리는데, 대역이 가짜라는 게 들킬까 내가 초조해지는 기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악당의 편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
저자는 반복되는 사기 과정에서 오는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소설 중반부터는 ‘해리슨’과 ‘다케시타’의 대립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캐릭터 간의 갈등을 이용하여 위기감을 조성함으로써 독자들의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한다.
​
마지막에 다쿠미는 지면사로 했던 일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다쿠미. 앞으로도 악인을 주인공으로 하겠다는 저자의 생각을 투영한 느낌이 든다.
​
_
이 책은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범죄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들을 추적하는 다쓰 형사의 이야기는 소설의 큰 줄기를 이어주는 도구로 쓰이는 정도이고 그 분량도 많지 않다. 이런 부분에서 악당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악당들과 피해자들의 거래 장면. 사기 치는 자와 의심하는 자들의 대화는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악당들이 혹시 들키지는 않을지 마음 졸이며 읽는 기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초반부의 ‘마이크로 홈‘과 후반부의 ‘세키요 하우스’처럼, 사기 치는 거래의 대화 비중이 더 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과자를 먹다 빼앗긴 아이가 조금만 더 달라고 투정 대는 것처럼.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
​
_
『도쿄 사기꾼들』은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터너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불법적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숨어있는 인간 본성을 이끌어내어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범죄에 관해 흥미로운 책을 찾는 사람과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
우리나라도 최근에 전세 사기와 각종 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데, 우리들에게 부동산 사기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도쿄 사기꾼들은 최근에 넷플릭스로 영상화되었다고 하니,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재생됐던 영상과 비교해서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을 듯하다.
​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 붙어있는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김 사장님’의 자필 메시지. 꼭 편집자의 후기를 먼저 봐달라고 적혀있었다. 그 덕분에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 북스피어의 이판사판 시리즈, 열한 번째 이후의 작품도 충분히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