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매트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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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암살자’, ‘시녀 이야기’로 부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신작 『스톤 매트리스』. 여성주의적 주제 의식을 담은 단편집으로 총 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통해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녀 특유의 여성성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남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여성들이 등장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다.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불결하고, 현실적이지만 환상적이다. 때로는 아름다운 연애소설이 되었다가도 으스스한 고딕 소설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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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도 마거릿 애트우드 특유의 여성성, 여성의 사회적,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마치 남성과 여성의 대결을 보는 듯한 느낌. 주로 승자는 여자다.

작품들 속에는 남자에게 희생당한 여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녀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상처를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며,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복수를 한다. 자신의 판타지 소설 속 ‘알핀랜드’의 양조장 오크통 속에 가두기도 하고, 스톤 매트리스로 가해자의 머리통을 찍어버리기도 한다.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목이 졸려 살해당해 미라 신세가 된 신랑까지.

“한 남성이 사랑으로 이름 붙인 폭력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오래도록 마음껏 짓밟을 수 있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초반에 나오는 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로 이어지는 세 편의 연작에서는 호색한 시인 개빈과 얽힌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각 편마다 다른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개빈에게 상처를 입은 뮤즈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에는 상처를 간직하며 살다가, 개빈의 장례식에서 조우하고 진실된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며 화해한다.

이 책에 실린 가장 짧은 단편, ‘루수스 나투라’에서는 흉측하게 변해버린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총 11페이지의 짧은 내용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마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마지막 편인 ‘먼지 더미 불태우기’에서는 인물의 내밀한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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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 여자애들은 그렇게 살았다. 자기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해 가며 스스로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허황한 생각을 떠받쳤다. p.38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 블렌더에 넣어 버려야 해. 한번은 조리가 그렇게 말했다. “잘 섞어서 평균치의 사람을 만드는 거야. p.127

“누군가를 안쓰럽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대방의 고통은 그가 내게 의도적으로 가하는 악의적인 행위로 느껴지는 법이다.” p.170

“처음에 버나는 아무도 죽일 생각이 없었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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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에는 일종의 메커니즘이 있는 것 같다. 남성의 가해-여성의 피해-여성의 복수. 또는 권선징악. 여자는 선, 남자는 악. 하지만 기분이 언짢아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 유쾌하다. 때로는 살벌하기도 하지만.

애트우드의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여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자. 고딕 소설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도 있으니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면 읽어보시길.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단편이기 때문에, 읽는 행위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의 표제작 ‘스톤 매트리스 ’ 편에서는 과거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를 수십 년 뒤, 북극해 크루즈 여행 중에 만나서 살인하는 내용이다. 소심하지 않은 화끈한 복수. 영화화를 준비중 이리고 하니 그것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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