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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스터스 오브 로마 1부 + 2부 세트 - 전6권 (본책 6권 + 가이드북) - 로마의 일인자 1~3 + 풀잎관 1~3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로마'를 소개한 책이자 세계의 4분의 1을 지배한, 그러나 어렴풋이 알고있던 로마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했다. 의자하나 꼼꼼하게 본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믿음이 갈만큼 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로마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랜 후에 알게 되었다. 그 책은 재미있는 책이고 '로마'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책이지만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로마를 소개한 책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로마의 일인자'와 '풀잎관'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본인은 접해본 일은 없고 제목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만 목격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번역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환호를 하였고 나 자신도 책을 구입하였다. 그 후에는 이 책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카이사르이다. 시리즈 전반에 등장하는 마리우스와 술라는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카이사르에 대한 인물을 설명해주는 장치이자 조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풀잎관'에서는 소년의 카이사르가 로마 안에서 '낭중지추'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저자가 그것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이사르가 성장한 다음 시리즈가 더욱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소설책이지만 어느 역사책 못지않게 고증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특히 로마의 생활상이나 농담을 잘 살려낸 것은 상당히 소름끼쳤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위엄이 서려있다. 술라가 로마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장면은 그 어느 역사책에서 살려내지 못한 로마의 위대함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문장을 통해 로마인이 느끼는 자부심, 로마인이 아닌 사람이 로마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잘 살렸다. 그 부분을 읽을 때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다.
또 하나의 뛰어난 점은 각 등장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것이다. 사랑을 받고 싶어서 튀는 행동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불행한 일생을 마무리짓는 율릴라나 술라가 마리우스를 보고 느꼈던 질투심, 술라가 이빨을 감추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거나 그 이빨을 드러내는 장면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이도 등장인물의 성격과 갈등을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술라가 마리우스에 대한 질투심이 폭발하여 분노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잘 나타내는 것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알프스, 갈리아의 음습하고 황량한 배경으로 이민족과 싸우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면 '풀잎관'에서는 헬레니즘 문화를 듬뿍 먹은 부유한 소아시아를 배경으로 후에 로마에 큰 위협을 가하는 미트리다테스 왕의 관능적인 생활까지 묘사함으로서 읽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특히 초반에 소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소개하는 장면은 마치 읽는 사람이 그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여행안내서를 읽는 듯 했다.
이 시리즈는 엄연히 소설책이다. 그렇지만 어느 역사책 못지않게 역사에 충실하며 가공을 교묘하게 잘 섞었다. 역사를 다룬 이야기가 궂이 역사 다큐멘터리가 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에 대한 존중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시리즈는 상당히 탁월하고 성공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로마에 대한 땀냄새를 맡으면서 동시에 위엄을 볼 수 있으며 그 시대 사람에 대한 판단을 독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장은 이 책에 대한 품격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본다. 더불어 이러한 문장을 잘 살려낸 번역팀의 노고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번역될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제 진정한 주인공인 카이사르가 그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공화정과 제정을 통틀어 가장 격동의 시기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