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리가의 여인 Medusa Collection 1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원경 옮김 / 시작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위철리가의 여인> (원제: The Wycherly Women)
저자: 로스 맥도날드Ross Macdonald
역자: 이원경
쪽수: 본문 414쪽 + 역자후기 4쪽
가격: 12000원 (온라인 서점에서 10% + 10% 할인 중입니다)
출판사: 시작 ( http://www.wjbooks.co.kr )  Cafe: http://cafe.naver.com/mnmsclub            
초판1쇄: 2009년 7월 2일 
참조: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는 글이며 (좋은 의미로) 고전입니다. 탐정소설입니다만 실제로는 순소설에 가까울 지도요.

0. 이 책은 거의 3개월 전에 샀고, 거의 3개월 전에 읽었습니다. 3개월 전에 이 책의 기본정보를 표기해두었으며 얼음집에 임시 저장도 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감상을 쓰는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1. 몇몇 소설들, <보이A>나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과 같은 감상을 쓰는 것이 힘든 글이 있습니다. 예시한 글은 모두 줄거리 나열식 이야기에 해당되며 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싸구려는 아니지만 문학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책들입니다. 이런 책에 대한 감상을 쓴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애매모호한 면이 있는데 <위철리가의 여인>도 기본적으로는 예술과 비예술의 사이에 위치한 이야기입니다. 

2. 먼저 이 <위철리가의 여인>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잘 짜여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 탐정소설은 여러 문호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며 이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진중하며 주인공이자 사설탐정인 '루 아처'는 '피비 위철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차를 갈아타고, 관계자들을 만나며, 피비 위철리에 대해 캐묻습니다. 그 와중에 해당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어두운 부분들을 슬쩍 드러내며 독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한 번씩 떠올려보길 부추깁니다. 그러던 와중에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며 그것마저 어느 정도 일단락된 후에야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이것이 <위철리가의 여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방식입니다. 단순하죠. 이 방식은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플롯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3. 이 이야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삶에 대한 진지한 시각을 전체 이야기를 통해 일관성있게 유지하고 있다는 부분일 겁니다. '루 아처'는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연출된 인물이 아닙니다. '홈즈'나 '뤼팽'과 같은, 인물의 개성에 중점을 두어 만들어낸 이야기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내가 말했다.
  "잘 자요. 꿈은 꾸지 말고. 하지만 기도는 멈추지 마세요."
  어깨를 축 늘어뜨린 돌리는 학대받은 바보 아이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기도가 무슨 소용이에요?"
  "회선을 열어두라는 겁니다. 반대편에서 당신의 기도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본문 314p에서 발췌)

  셰릴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작은 가죽 가방에서 담배 파이프를 꺼내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일렁이는 불꽃이 그의 안경에 비쳤다. 흐늘흐늘 움직이는 회청색 연기가 책상등이 내뿜는 둥그런 빛 속에 가득 찼다. 박사는 그 연기속에서 변치 않는 형태나 의미를 찾으려는 듯 실눈을 떴다.
  "인간이 서로를 희생시키는 짓을 멈추기 전까지는 우리 모두 희생자입니다, 아처 씨." 
  "어차피 우리 모두 죽습니다. 조금 빠르거나 조금 늦을 뿐이죠."
  (본문 364p에서 발췌)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거의 순소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말이겠죠.

4. 물론 이 글은 탐정소설이고 따라서 탐정소설이라면 꼭 들어가야 할 법한 장면이 빠지진 않습니다. 이야기는 결국 범인을 찾아나서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주인공인 '루 아처'는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애씁니다. 탐정소설이란 단순히 엽기적인 사건이 있고 그걸 기발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이 글처럼 사건과 관련된 이들의 삶에 촛점을 맞추어 풀어 나가는 편이 훨씬 더 멋지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글이라면 '추리소설'에 질린 지 오래인 이들이라도 기꺼이 집어들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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