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되는 삶들 - 모더니티와 그 추방자들 What's Up 4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새물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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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통합-배제의 원리로 파악하고 있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를 한국어판으로 옮긴 것으로, 이미 나온 지 1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저자는 70년대부터 활발한 저작을 보이고 있으며, 새천년 들어와서는 'Liquid 연작' (일전에 이곳에서는<유동하는 공포Liquid Fear>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을 포함해 이 책을 써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난 것은 꽤 되었지만, 실제로 읽어본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이야기로... 그 동안 서재에서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나마 괜찮은 내용이었다는 부분에 감명을 받아,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뒷표지를 통해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첨단 과학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제가 보기에는요. 그것은 바로 현대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라 부를 수 있는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직종을 불문하고 평균 8개월 정도라는 점입니다. 즉,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고르고 골라 뽑힌 인재들일 터인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을 그곳에서 보내다 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하며 현대 사회가, '선택받은 인간은 소수이며 그들조차도 최대한 혹사시킨 다음, 쓰레기로 만드는 것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어판 저서의 제목처럼 거의 모두가 '쓰레기가 되는 삶 - '새' 인간을 얼마나 더 빠르고 철저하게 '헌' 인간으로 만드느냐' -으로 향한다는 얘기입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나 결국은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수요로 인한 대량 생산과 소비, 권력과 금력의 융합, 무한경쟁에 의한 승리와 패배를 주창하는 한은) 마찬가지겠지만 비정규직과 관련된 한국의 사정을 보면 주변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더더욱 비인간적인 처우를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더군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실, 이미 익히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저자가 풀어나가는 방식과, 표현력이 좋습니다. 그는 전혀 딱딱하지 않은 방식을 사용했고, 일반 대중이 알기 쉽고 읽기 쉽도록 썼습니다. 따라서 추천할 만한 책이며 이렇게 남겨둡니다.

이 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 요약본은 짧고,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고전 문학이나 예술을 한 줄로 요약하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뉜다. 그리고 이 말에 '효율적인' '비효율적인'이란 수식어가 더해질 것이다. 그리고 모든 부품이 그러하듯 부품은 '마모된다' 따라서 효율적인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못쓰게 되면 버린다. '비효율적인 제품은 '쓰지 않는다'. 인간 역시 '넘쳐난다'. 따라서 부품 수급은 어렵지 않다. 사회는 개량화되고 쓸만한 부품 이외의 요소는 불필요한 잉여 자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에 큰 부담을 준다. 사회는 많은 인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인간이 있는 것은 아마도 사회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현대 사회가 취하고 있는 이 체제에 '무언가 문제가 있든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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