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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김소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제목부터 먹먹함을 담은 책이다. 어린시절부터 우리의 시간은 엄마와 함께 시작된다. 그러다 점점 자라며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고 또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자연스럽게 엄마가 모르는 나의 시간은 많아진다. 하지만 제목은 그런 의미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웹툰작가인 저자는 엄마를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일러스트와 함께 정리해 나온 것이 바로 이 책 '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이다.
내가 딸이라서인지, 책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던 범위가 넓었다. 엄마와 꼭 닮은 딸이 자라 결혼을 하고 다시 엄마가 되고, 그제야 엄마가 된 딸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엄마에게 마음을 터놓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 없이 어른이 된 것처럼, 저자도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둘 수는 없는 일이다. 매순간 아이는 자라고 시간은 흘러간다. 어찌 되었든 계속 어른이여야하고 엄마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에서 한참 벗어난 일은 그 뿐만이 아니었는지 저자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입원하게 된다. 이후 시작된 항암치료. 그제야 딸은 엄마도 한없이 약하고 여린 존재였음을 알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책이 표지부터 참 따뜻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파릇한 색채는 편안하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책의 분위기도 꼭 표지에서 받은 느낌과 같았다. 언제나 옆에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엄마라서 어떤 특별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 잊고 있을 때가 많다. 이 다정하고 따뜻한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이것저것 주워듣고, 또 언젠가는 심장이 내려앉았던 경험을 한 나로써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으면 서서히 흐릿해져가겠지만.
언제나 이별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별을 준비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 속에 그려진 이별 과정은 담담한 만화로 표현되어 있어 나를 울게 했다. 만화를 보는 동안 내 눈앞에도 수많은 병실의 장면들이 지나갔다. 하나의 수술을 받는데도 포기 해야 하는 것이 많았고 동의 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 수술이 생사를 오가게 하는 수술이라면 더욱 무게가 무겁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안쪽이 답답해져왔다. 책을 보고 눈물을 흘려본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점점 메말라 마음이 쩍쩍 갈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했는데 결국 나는 저자의 어머니를 그린 투병기를 보면서 너무 울었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그 메시지가, 누군가에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나에게도 엄마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 거냐고.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최대한 그런 상황은 회피하고 싶었고, 또 알고 싶지 않았다. 막상 나에게도 이별이 닥쳐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의 엄마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엄마에게는 소중한 자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족에게서만 엄마의 모습을 찾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한때는 꿈많은 소녀였을테고, 또 한때는 어엿한 사회인이었을테고 누군가의 서툰 딸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엄마만의 것을 찾고 좋아하고 또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여전히 서투르고 못된 딸이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더더욱.
우리 엄마의 말버릇 중 하나는 '엄마가 해줄게' 혹은 '엄마가 할게'다. 나는 책을 읽으며 수많은 엄마의 모습을 발견했다. 스스로 엄마라는 말이 입에 붙을 때까지 고단했을 여정을 보았고 내가 절대로 알지못할 엄마의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인생의 대부분을 엄마와 함께 보냈음에도 아직 나는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갓 엄마가 된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저자의 사적인 기록물인 일기를 엮어 편집한 책이지만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가 바로 딸이기 때문에. 나는 서평을 쓰면서도 울먹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