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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였던 빌리는 10년 넘게 광장공포증으로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소녀가 아파트
계단에 매일같이 나와 앉아있는 게 신경쓰였던 빌리는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힘겹게 발코니에 나가 계속 앉아있는 소녀에게 왜 이런 위험한 곳에
혼자 있냐고 묻자 소녀 그레이스는 집 밖에 있어야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것이라며 빌리에게 도와달라는 뜻밖의 말을 한다. 그렇게 아파트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그레이스, 혼자서 자신의 문제를 끌어안고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소녀의 문제를 인식하고 서서히 바뀌어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그레이스와 빌리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초반부터 나오는 두 사람의 시점교차는 서로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걸
암시하기라도 하는 듯 했다. 발랄한 그레이스와 은둔형인 빌리 샤인. 이전에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던 빌리는 다소
막무가내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그레이스가 당황스럽기만 했다. 골치아프다는 듯 빨리 제 인생에서 치워버리고 싶다는 듯 그렇게 그레이스를
바라봤지만 빌리는 그레이스에게 탭댄스를 가르쳐주기 시작하고 점점 그 작은 소녀가 오는 것이 좋아진다.
약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며 보내는 엄마를 보며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복지사를 따라가서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그레이스는 그래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이후 늘 엉켜있던 긴 머리를 짧게 다듬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탭댄스와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그레이스는 그렇게 스스로를 먼저 바꿔나간다. 그리고 소녀의 그런 모습은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변화시킨다. 어느새 아파트
사람들은 그레이스를 위하여라는 목표아래 평생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이웃간의 교류를 시작하고 이내 자신들의 이야기와 진심을 하나 둘 털어놓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동안 광장공포증으로 홀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빌리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려워하며 자신을 가두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색해 피하고 싶고, 상처받을까 성질을 내기도 하고 홀로 외로움을 타기도 하는 등등..
상처받았지만 그 상처를 묻어버린 채 살아가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은 실제로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랬을까, 그 속에
갑작스레 뛰어들게 된 그레이스의 존재는 빛이나는 것 같았다. 아이다운 천진난만함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 바뀌어가겠다 다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내내 예뻐보였다.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듯 행동한 끝에 점점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오로지
홀로 자신들의 짐을 지고 살았던 아파트 주민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레이스의 엄마는 비교적 아주 늦게 변하기
시작했지만..) 처음엔 어찌보면 고집스러워 보였던 그레이스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대단했다.
흔히들 말하는 어른이 되면 있는 있는 그대로 말하기도 어렵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않다. 아이의 존재는 다시 그것을 일깨운다.
한쪽은 유쾌하지만 또 다른 한쪽은 감동적이고 따뜻한, 그레이스의 존재로 인해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되었던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이
책은 내내 비록 흔들리는 '소녀'가 아닐지라도 곁의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다독여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