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자와 여름
하지은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상의 도시 그레이힐 시티의 조 마르지오 극장에서 대문호 오세이번 경이 독살된다. 현장에는 초콜릿 포장지만 남아있었고 마지막으로 집필중이었던 원고는 사라졌다.

사라져 버린 원고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경찰서. 그 곳에는 조 마르지오 극장장의 딸 세라바체 양을 3년동안 쫓아다닌 레일미어 경위가 있었다. 하지만 극장 앞에서 세라바체에게 거하게 뺨을 맞고 쫓겨났던 레일미어는 그날 이후로 극장을 찾아가지 않았다. 좋지 않은 추억 때문에 극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맡길 거부하던 레일미어. 하지만 그는 결국 1년만에 극장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세라바체 양과 매일같이 눈도장을 찍었던 극장의 단원들까지 레일미어가 모두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자신이 전혀 발길을 두지 않았던 1년 사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단서를 찾으며 살인사건을 쫓는 사이 레일미어는 다시 세라바체에게 흔들리고 살인사건의 용의자로는 대문호의 팬이었던 괴도 쉐비악까지 거론되는 등 사건의 단서들은 꼬여만 간다.



 

분명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임에도 주인공을 비롯해 주변의 경관들과 극장의 단원들의 모습은 심각한 분위기만 묘사하고 있지는 않았다. 사건을 조사한다고 돌아다니던 레일미어와 엮이기만 하면 전부 개그화되니... 그런면에서 주인공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할 수 있겠다. 코믹 추리극이라는 소개처럼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있었고, 남주 성격이 가벼워서 심각해지다가도 이게뭐야ㅋㅋㅋㅋㅋ 이런 느낌이여서 어렵지 않게 읽어나갔다. 어딘가 약간 어수룩한 경위 레일미어는 그렇게 유쾌한 주인공이었다. 공개적으로 뺨을 한대 맞고 세라바체를 쫓아다니길 포기했지만 그녀를 깊이 원망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세라바체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 모를까. (예전처럼 무턱대로 막 쫓아다니진 않았지만!)

 

세라바체가 여린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에게 총을 들고 쏠 수 있는 성격이라는 것도 묘하게 재밌었다. (상대방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런가..) 초반부의 세라바체를 봤을 땐 좀 당황스러웠으나 특이한 캐릭터라 갈수록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외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전부 캐릭터가 확실해서 더 읽는 맛이 있었다. 다만 전작들보다 묵직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마 전작을 재밌게 보고 과한 기대를 하는 분이 있다면 아쉬움이 짙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지은 작가님의 소설을 특유의 환상적 분위기 때문에 좋아했는데 이 '눈사자와 여름'에는 그런 점이 없다. 대신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온전한(?) 해피엔딩이라 만족스러웠다.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이기도 했고. 표지가 소설 속의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와 비슷하니 대충 어떤 느낌일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에 리뷰를 쓰기위해 두 번째로 이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처음에 읽을 때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엔 좋으나 기대했던 분위기가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다면 두번째는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작품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눈사자와 여름은 이 소설만의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보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적 요소도 섞여있지만 독특한 로맨스소설, 귀여운 커플이야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더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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