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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껍데기 소녀 세트 - 전2권 ㅣ 블랙 라벨 클럽 16
이제언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주인공 '샨아'가 사는 가르신 대륙에는 모두 '요하'라는 존재가 함께하는 사람들(요나)만 있으나 샨아는 태어날 때부터 요하를 가지지 못했다.
요하는 영혼의 반쪽이자 반려로 사람인 요나를 지킨다. 하지만 그 요하가 없는 샨아는 다른 사람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기에 홀로 고립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 샨아는 결국 요하를 얻기위해 '요하의 숲'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닮은 요하 '반야'를 만난다. 그렇게 요하를 얻은 샨아는 이제 한번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향하고 그 여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 샨아는 홀로 고립되어 책을 통해 세상을 보았기에 행동이 독특할 수 밖에 없다.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즉 인과관계라던지 감정교류에 대해 서투르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이것은 요하를 처음으로 만날 때부터 잘 드러난다. 이상하게 아는 것이 많은 요하 반야에게 의지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보통의 요하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반야는 그런 샨아를 이해하고 아이를 살피듯 잘 보살펴준다. 그렇게 갇혀있던 아이는 검은 숲에서 만난 밤하늘을 닮은 개를 만나고 그 순간부터 아이의 운명은 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샨아의 모습 이외에도 책의 앞부분에서는 독특한 인물들이 나온다. 초반에 정말 다 미쳤어!라고 생각하던 나는 갈수록 그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신부가 되어달라는 소리를 하던 비낙에게도 의외로 산야와 비슷하게 아이답다는 매력이 있었고 아는 것 없이 순수하지만 샨아의 모습은 보기만해도 귀여워졌다. 그 외에도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산야에게 휘둘리는 다른 인물들도 재밌었다.

'빈껍데기 소녀'는 띠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정말로 힐링 치유물에 성장물이었으며 약간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소설은 두 권이 모두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인데 쉬는 날 하루동안 나는 그 절반을 넘게 읽었다. 평소 읽는 속도에 비해 굉장한 속력이어서 나도 놀랐다. 물론 1권이 2권보다 읽기엔 쉽지만 그만큼 잘 읽히는 책이다. 사실 나는 로맨스 분야의 책을 출간하는 블랙라벨클럽이라 로맨스가 없다해도 그래도 조금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빈껍데기 소녀'는 정말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책 중에 로맨스가 없기로는 손에 꼽을 것 같다. (로맨스 분량이 적어도 잘 보는 나는 그만큼 당황했다.) 초반에 요하와 요나는 영혼의 반려라는 말이 눈에 들어와서 나중에 반야가 인간의 모습으로, 남주로 바뀌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봤는데 전혀 아니었다. 어딜봐도 심상치 않은 요하라서, 판타지라서 기대를 했는데 혼자서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펼쳤나보다. 아이처럼 순수한 샨아이기에 키잡물이 될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그냥 성장물(강조)이었다. 로맨스는... 맨 끝의 외전에만 있다. 그것도 뒤통수를 때리는 이야기라ㅋㅋㅋㅋㅋㅋ 샨아의 짝이 누군지 드러났을 때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라면 외전은 그보다 더했다. 아니 이렇게 미련이 철철 넘치는 외전이라니 너무 아쉬웠다.
요나와 요하를 합쳐서 하나가 된다는 그 관계는 설정부터 판타지적 느낌이 물씬 난다. 생각보다 이야기에 떡밥이 많았기에 뒷 부분에서 그것이 하나 둘 풀려가기 시작할 때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같은 설정으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는 판타지 비중이 높고 살짝살짝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도 곳곳에 있으니 가볍게 볼 만한 책을 찾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나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훨씬 잘 나타났다는 점 때문에 동양풍의 배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웠던 샨아의 성장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은 배우면 된다고 말해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아이같지만 강인한 샨아는 태어났을 때부터 모자라게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꽉 채워서 살아간다.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해나가의 아가씨 샨아는 그래서 사랑스러웠다. 상처받은 어른이었던 해나 가문의 가족들, 자울, 혹우, 비낙, 온현 등등 모두 샨아의 존재와 서로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는다. 그러고보면 이 이야기는 모든 인물들이 성장해나가기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