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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 스물셋, 아프리카 60여 일간의 기록
안시내 글.사진 / 상상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의 여행작가 안시내가 아프리카의 기록을 가지고 돌아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눈길이 가는 독특한 제목과 어쩐지 통통튀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표지는 어떤 이야기들로 가득할 지 설렘을 주었다.
스물 셋, 아프리카에서 보낸 60여일간의 기록이 가득했던 책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앞부분에 실린 사진들을 넘겨보며 나는 그렇게 작가와 함께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여행 에세이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어딘가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3살 아프리카로 간 작가는 그야말로 생고생을 한다. 상처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가는 치열한 여행기. 이 책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떠나게 된 여행. 그녀가 계획한 아프리카 여행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출발해 위로 올라가는 루트였고, 그 길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루트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고생스러웠던 여행길. 그녀는 그 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기쁘고 벅찰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민하고 갈등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 밖에 낯선 땅에서 받은 시선은 그렇게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고 힘든점도 많아 보였다.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것은, 또 무언가를 내 가슴에 품는다는 것은 별처럼 반짝이는 것.
그리고 그 인연을 잃는다는 것은 스러지는 별과 함께 내가 만든 우주가 사라지는 것. -121p
하지만 이야기를 읽을 수록 나는 작가가 너무 용감해 보였다.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 대담하게 그 지역을 훌쩍 넘기기도 하고 다들 좋은 곳이라 해도 미련두지 않고 떠난다. 낯선 곳에서 경계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활짝 웃을 줄 알고, 낯선 사람들을 조심해가며 걸어가는 그녀를 보니 나에겐 그냥 작가가 천상 여행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두려워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보였다. 덕분에 직접찍은 사진들과 함께 글을 읽다보면 때로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때로는 같이 분개하며 여행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속의 일들 이외에도 작가는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별하고 수많은 경험을 했겠지. 여행지에서 본 것들과 그곳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 현지인들은 작가에게 그저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기록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평온한 곳에 앉아 했던 소중한 간접경험이었던 셈이다.
그 밖에 맨 뒤쪽에는 자료수집부터 루트선정, 예방접종 등등.. 여행 팁들이 있어서 책을 읽고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작은 책 속에 빼곡히 담겨 있는 이야기에서는 어디선가 사람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만큼 따뜻하고 예쁜 책이었다. 삶이 담뿍 녹아있는 조그만 사이즈의 책장을 넘기다보면 고단해보이는 여행일정임에도 나도 언젠가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묘한 책이다. 안시내 작가의 전작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 전의 여행기록도 보고 싶다.
내가 보기엔 한없이 용감했던 그녀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