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망드
어도담 지음 / 가하에픽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엇나가고, 상처받으면서도 결국엔 놓을 수 없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그 불안한 시절들에 관하여.'

 

에른스트 남부지방. 그 곳엔 도슨상회의 외동딸 비비안이 있었다. 

아버지와 도슨상회에 어울리는 완벽한 후계자를 꿈꾸던 비비안의 일상은 어느날 겨울별장에 왕의 사생아 에윈이 오면서 변하게 된다. 남부지방에서 사생아라는 건 경멸받을 일임에도 도슨상회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에윈을 만나러 간 비비안. 그렇게 처음으로 본 에윈 앞에서 비비안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 12살 어린나이의 비비안과 에윈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애어른이었다. 하지만 점점 둘이 만나는 횟수가 늘어가며 서로의 존재로 인해 조금씩 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애어른이긴 하지만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하고 장난치며 웃기도하는 보통의 아이들같이.

 

어도담 작가님의 '알라망드'는 비비안과 에윈 두 사람의 성장물이다. 두 사람의 투닥거리는 어린시절은 내 시선으로 보기에 귀엽게만 보였으나, 마냥 귀엽게 볼 수 없었던 까닭은 이 두명의 아이가 지나치게 현실에 밝은 탓이었다. 12살 동갑의 비비안과 에윈은 각자 무거운 상처를 떠안고 있었기에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도슨과 아버지가 제 세상의 전부였던 비비안. 그리고 사생아라는 굴레 아래 온갖 멸시를 당하며 살아온 에윈. 두 아이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넌 되게 귀한 사람이야, 에윈." -124p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다가온 비비안. 비비안의 귀한사람이라는 말이 에윈의 가슴에 박혔는지 그 때부터 비비안은 에윈의 전부가 되었다.

어쩌면 그 고집센 여자아이의 말에 말려들 때부터 에윈이 비비안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비안에게서 받을 상처는 미리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를 비비안에게 맞춰가면서 오로지 비비안만을 바라봤던 에윈. 하지만 두 사람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서로에게 약점이 될 뿐이라는 비비안의 말은 어찌보면 이기적이었으나 동시에 에윈을 향한 비비안의 마음이기도 했다.

 

 

20살 비비안과 에윈은 성장해나갔지만 두 사람의 안에는 자존심 대결을 하며 투닥거렸던 12살의 아이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끝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그들의 삶은 결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비비안이 홀로 남은 것도 에윈이 후작이 된 것도, 두 사람이 결국 이렇게 되었을 것도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두 사람은 먼 길을 돌아 함께 미래를 맞이했다. 그리고 두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나는 어도담 작가님의 문체를 좋아한다. 특히 나에겐 마냥 가볍게 읽을 수 없지만 잘 읽히는 이 책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전작인 레메퀸도 그렇고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재밌었다. 알라망드는 왠지 한 번 더 읽으면 또 느낌이 다를 것 같은 책이라서 이번 서평을 쓰기위해 한 번 더 읽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앞부분의 밝은 분위기에서 점차 어두운 분위기로 변해가는 것이 당황스러웠으나 이번에 읽을 때는 그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어쩌면 이기적이었을 비비안과 에윈 그들의 사랑에 관하여...

한 권을 책을 통하여 두 아이들을 같이 키워낸 기분이다. 그래서 다 큰 두 사람을 홀가분하게 보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알라망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달달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무언가 먹먹하고 과정을 보았기에 그 결과를 본 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