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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평점 :
표지에서부터 감성적인 기운이 물씬 풍기는 에세이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에서는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의 최갑수, '소울 트립'의 장연정 두 작가가 만나 서로의 시간들을 바라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1년을 책 속에 담으며 두 작가는 일상의 평범함을 아름답게 재탄생시켰다.
여행과 함께 일상을 사는 남자 최갑수, 일상을 낯설게 여행하는 여자 장연정.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지내온 시간도 다르지만 일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만큼은 똑같았다.

우리의 모든 날들은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고
우리의 모든 시간들은 사랑받을 이유가 있으며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소중하게 존재해야 한다. -프롤로그 中
그렇게 기록한 특별한 1년.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기록하며 살았던 1년은 아마 두 작가에게도 잊지못할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주변의 사소한 것들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의 신발, 꽃, 숟가락.
여름의 냉장고, 우산, 카메라.
가을의 커피, 연필, 시계.
겨울의 스웨터, 의자, 달력.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두 작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공중에서 환했던 꽃은
지상으로 내려와 죽는다.
생전에 만들었던 제 몸 크기와 똑같은
그늘로 내려와 죽는다. - 22~25p
책 속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다보니 주위의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사물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선과 은연중에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하는 공감.
두 작가가 바라본 사물들 그리고 일상들은 내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려 해야 보인다는 것,
사랑하려 해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136p (사진은 215p)
글과 함께 감성적인 사진이 가득한 두 작가의 이야기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물에 색채를 덧입히고 기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똑같은 사물에 대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작가의 글을 보는 게 어쩐지 재밌기도 했다.
언뜻보면 평범한 사물이지만 이미 색채를 덧입히는 것부터 특별한 일인데... 우리는 그 특별함을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나하나가 기억해도 좋을 것들이니 차곡차곡 모아서 기억하는 것도 특별한 하루하루를 만드는 멋진 방법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일상이란
내가 발견해가는 만큼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색칠해 나갈수록 예쁘게 완성되는 그림처럼. -221p
서로 다른 두 남녀의 같은 시간 다른기억을 보여준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사소한 것들로 꽉 차 이루어진 순간들은 사실 모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특별한 나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