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웨이크 시리즈 - 전3권 - 꿈을 엿보는 소녀 + 끝나지 않는 악몽 + 최후의 선택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맥먼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블랙 로맨스 클럽의 로맨틱 스릴러 웨이크 시리즈. 소개글을 볼 때부터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글이라 많이 기대해서 실망하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그 기대에 부응해준 것만 같아 만족스러웠다.​

웨이크 시리즈는 <꿈을 엿보는 소녀> - <끝나지 않는 악몽> - <최후의 선택> ​순으로 책의 표지에서부터 가볍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꿈은 기억이 아니야. 그저 희망과 공포일 뿐이야.'​

그 중 웨이크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꿈을 엿보는 소녀’는 주인공 제이니 해너건의 적응기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웨이크시리즈의 주인공은 드림캐칭, 즉 꿈을 엿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이니가 마냥 특별한 인물인 건 아니다. ​책 뒷면 띠지에 적힌 멘트 '타인의 꿈을 엿보는 능력, 그것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는 그런 제이니의 상태를 잘 요약한 멘트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어떻게보면 평범하고 보잘것 없어보이는 소녀가 드림캐칭을 경험하게 되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을 현실감있게 다루고 있었다.

책을 읽기전에는 드림캐칭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주인공이 다른사람의 은밀한 사생활과 생각을 엿보며 사건을 어렵지 않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환상적인 분위기도 뒤이어 몇 페이지를 읽으니 그냥 저주같았다. 제이니는 8살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꿈에 빨려들어간 이후 자신의 주변에 꿈을 꾸는 사람이 있으면 그 꿈에 빨려들어간다. 자신의 의사에 상관없이 꿈에 들어가 꿈을 경험하고 빠져나온 후엔 기력이 심하게 고갈되며 신체마비같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꿈에 들어가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도 없고 심한 악몽인경우 몸이 뻣뻣해지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잠을 자다가도 마찬가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문에 의해 가로막힌 자신만의 공간 뿐이다.

제이니의 몸에 감각이 사라진다. 발이 브레이크 페달에서 천천히 떨어진다.

그녀의 차가 길에서 벗어나 구르기 시작한다.

매우 느리게. - 꿈을 엿보는 소녀 59p

​어느 날 집으로 가기 위해 운전 중이던 제이니는 끔찍한 악몽에 빨려들어가게 되고 몸은 통제불능의 상태에 놓인다.

조절되지 않는 초능력은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주인공을 몰아간다. 궁지에 모는 솜씨가 일품이다라고 느낄 정도로.

가까스로 큰 사고를 면한 제이니는 이후 그 꿈의 주인공이었던 케이벨을 만나게 된다. 가난하고 관심없는 부모밑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이니. 아무도 이해해 줄 수 없는 벽에 둘러싸인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공포에 떨게 한 악몽 속의 주인공 케이벨이었다.

그리고 꿈을 이용해 제이니에게 고백하는 케이벨. 제이니에게 항상 꿈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었지만 케이벨은 그 꿈을 매개체로 다가왔다. 비록 처음에는 악몽으로 만났을지라도 꿈을 이용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나는 희망으로 보였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 누군가의 아주 이상한 꿈속에 있는데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녀는 공황 상태다. - 꿈을 엿보는 소녀 70p

초반부에는 제이니가 가진 능력, 조건, 후유증 등 읽는 내내 모든 것이 의문투성였다. 꿈의 주인은 제이니를 보면 항상 도움을 청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명쾌한 해석이 불가능하며 항상 무엇인가 덧씌워져 있는 듯했다. 두려움, 비밀 등... 본능이 감춰져 있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이니 또한 독자와 함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시도때도 없이 꿈에 빨려들어가는 능력 때문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명확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이후 마사 스투빈 양에게서 온 편지를 봤을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이때 드림캐처라는 말이 처음 나온다.

단서가 될만한 편지를 받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존재한다. 능력이란 건 뭐고 더 많은 힘을 가졌다는 건 무슨 뜻일까? 제이니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가며 드림캐칭 능력에 대한 컨트롤을 천천히 배워간다. 능력을 자각하고 드림캐처인 제이니의 능력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드림캐칭 능력이 당사자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힘든 상황이 겹치고 겹침에도 제이니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여지껏 겪어왔던 일들이 모두 범상치 않아서일까?

분명 친절한 글이 아님에도 뒷 내용이 궁금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이니와 마찬가지인 독자. 그래서 제이니의 상황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책을 다 읽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한 권의 책이 모두 전개부분이었다면 그 뒤의 이야기는 자신의 능력을 다듬은 제이니가 또 어떤 상황을 헤쳐나갈지 더욱 더 기대된다.  

***

 

'안전하다는 건 지루하다는 말과 같아.'​

두 번째 책인 '끝나지 않는 악몽'​에서는 제이니가 고등학교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성 범죄자를 찾기위해 능력을 사용하기로 하며 본격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추리와 비밀잠입, ​드림캐칭을 이용해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케이벨과 괜찮은 미래를 그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이니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얇은 녹색 스프링 노트는 모든 것을 부숴버린다.

​내가 나눠야 할 정보들은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뉩니다: 기쁜 부분과 두려운 부분. - 끝나지 않는 악몽 122p

 

중간중간 불안한 요소들이 많았지만 나는 능력을 자각한 제이니가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안감이 증폭된 상태에서 등장한 스투빈 양의 녹색 스프링노트는 진짜 뒤통수를 한대 맞은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길 바랐는데... 드림캐칭 능력 이면에 감춰진 대가는 제목처럼 끝나지도 않고 여전히 제이니를 몰아간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능력의 대가. 여지껏 통제할 수도 없었던 능력의 대가로 불구가 될지 모른다는데 어느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난리가 제 일에 영향을 끼치도록 하지는 않을 거라고 약속드려요. 서장님 밑에서 일하는 건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에요. 제가 정말로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아시죠?" - 끝나지 않는 악몽 284p

그럼에도 제이니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진실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제이니. 그런 그녀의 곁에는 끝까지 케이벨이 있었다.

 

 

"너도 알겠지만, 그렇게 마른 네 모습을 계속 보다가는 분명 난 미치고 말 거야.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 끝나지 않는 악몽 38p

 

대가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그런 제이니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기도하고 항상 제이니를 걱정해주는 케이벨. 그는 제이니의 버팀목이었다.

힘든 상황에 놓인 제이니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만 같아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저런 말투속에 가득 담긴 진심이라니.. 끝까지 제이니만을 바라봐서 좋았다.

아무리 재밌는 소설이라도 주인공들이 매력이 없다면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덤덤한 제이니와 덤덤한 척 하지만 안달복달하는 케이벨은 충분히 매력적이라 둘이 대화하는 장면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두 권을 거치며 길었던 두 사람의 고등학교 생활이 끝났다. 2권을 읽은 후 나는 드림캐칭 능력을 이용해 경찰내부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는 제이니의 활약이 좀 더 나왔다면 더 재밌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에피소드가 딱 하나라니...​

저 넓은 캠퍼스(=다음권)에선 두 사람이 무슨 사건에 휘말릴까.

 

아무튼 제이니가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두 사람의 앞날이 평탄하기를...​ 

 

 

 

 

***

 
'넌 그냥 내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나았어......'

 

최후의 선택​

 

 

​자연스레 다음권은 캠퍼스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헨리 파인골드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의식불명인 채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하지만 이내 제이니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된다. 그리고 알게된 진실은 다시한번 제이니를 흔들어 놓는다. 

 

다른 선택지가 있을 때도, 눈이 멀어 가는 것, 그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 - 최후의 선택​ 82p

갑작스레 등장한 아버지는 제이니에게 의문만을 남긴다. 끔찍한 악몽, 또 다른 드림캐처인 아버지.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능력의 대가를 치루지 않았다.

그 일로 제이니는 혼란스러워한다. 갑자기 언제 찾아올 지도 모르는 대가때문에 마음졸이던 제이니는 또 다른 선택지 앞에서 갈등한다.

눈이 멀어가면서도 이게 옳은일인가? 두려워하고 불구가 될 것을 알면서 케이벨을 계속 잡고 있어도 될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던 제이니는 마침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두 가지의 선택 중 제이니는 뭘 선택해야 것인지 계속 갈등한다. 그러나 제이니는 또 다른 선택지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에 대해 깨닫게 된다.

키워드는 모턴의 두 갈래 논법.

'부자는 부유하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있음이 명백하고, 가난한 자들은 절약하며 살기 때문에 따라서 저축을 통해 또한 세금을 낼 수 있음이 명백하다' 

어떤 상황이라도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 제이니도 어떤 상황이라도 능력에 대가를 치룰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두 개의 동등하게 끔찍한 결과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상황(최후의 선택 245p)으로 몰리게 되고 제이니는 최후의 선택을 한다.​

"20대에 눈이 멀고 불구가 되느냐, 30대 후반에 머리가 폭발해서 죽느냐. 서장님이라면 뭘 하시겠어요? 저는, 제가 케이벨을 가졌기 때문에, 눈이 멀고 불구가 되는 쪽을 택하기로 한 것 같아요. 그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예요." - 최후의 선택​ 259p

 

케이벨이 함께 하기에 선택한 길. 죽을때까지 홀로 고립되어 살기보다 케이벨이 있는 세상 밖으로 나올 결심을 한 제이니.  

후에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알면서도 곁에 있어준 케이벨은 ​제이니에게 희망이자 안식처가 아니었을까.

최후의 선택은 전의 두 편보다 제이니의 갈등이 위주라 사건은 복잡하지 않았지만 심리상황에 따른 속도감이 있었다. 정신없이 막 읽어내려갔지만 개인적으론 결말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제이니의 선택이 최선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미래에는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었는데. 예정되어 있는 암담한 현실이 드리워지니 뭔가 이도저도 아닌 기분이다. 최악과 최악 사이에서의 선택. 조금 더 희망적인 삶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지만 그건 나의 욕심이었을까. 물론 가족같은 경찰관계자분들과 사랑하는 케이벨은 제이니 곁을 지킬 것이다. 제이니의 어머니도 점점 나아질테고. 하지만 초능력 뒤에 감춰진 진실들과 주인공의 현실은 씁쓸했다.

블랙 로맨스 클럽의 웨이크 시리즈는 색다른 로맨스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읽는 동안 즐거웠다. 주인공 제이니와 케이벨의 성격이 취향에 부합하기도 했고.

​영상물을 보는 듯한 전개방식과 현재시점으로 서술되는 문장은 더욱 더 매력을 더해주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제이니와 헤매고 상처받아가면서 함께했던 내내 같이 성장해나가는 듯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이니의 책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은 결코 오지 않더라도(최후의 선택 263p) 그것을 같이 이겨내고 위로해줄 사람이 곁에 있기에 제이니 자신은 선택에 후회가 없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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