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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 때로는 빛나고 가끔은 쓸쓸하지만
김재연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 <김C의 뮤직쇼> 김재연 작가의 따뜻한 글과 밤삼킨별 김효정 작가의 감성적인 사진이 만나 오늘 하루도 힘껏 버티고 있는 우리의 매일을 위로하는 에세이'
손글씨 쓰는 라디오 작가 김재연. 그녀는 라디오 작가가 세상에 퍼져있는 이야기를 잘 골라내어 좋은 이야기를 다시 잘 퍼트리는 멋진 직업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 둘 모아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김효정 작가의 감성 가득한 사진과 김재연 작가의 글, 따뜻한 색감이 가득한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운. 그만큼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은 따뜻한 봄과도 같은, 봄에 잘 어울리는 감성에세이였다.
'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은 이런것.
세상에 퍼져 있는 이야기에 관심 갖기.
누군가와 함께 기억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 골라내기.
그걸 다시 세상에 잘 퍼뜨리기.' (16p)

'때로는
빛나고
가끔은
쓸쓸하지만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책에서 내내 든 생각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을 만큼 포근하고 따뜻하다였다.
실제로 이 책은 <김C의 뮤직쇼> ‘생각 없는 생각’ 이라는 데일리 코너를 통해 청취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이야기들을 다듬고 더한 책이다.
많은 사람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낸만큼 책 안에는 두고두고 읽어볼 수 있을정도의 글이 가득했다.
거기다 보기만해도 눈이 행복해지는 예쁜 사진들을 더해 눈길을 잡아끈다. 나도 한 사람의 내면의 생각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점차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추천사의 김C의 말처럼 가만히 혼자 말해보고 적어보면 좋을 글들이 가득해서 생각보다 읽는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천천히 읽는만큼 읽을 수 있는 것이 많아 좋기만 했다.
- 그녀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들에 대해 잔잔히 묻는다.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 中 11p)
- 그녀가 쓴 글을 소리 내 읽던 기쁨이 아직 남아있다. 좀 쑥스러워도 혼자만의 시간일 때 나지막이 소리 내 이 책을 읽어보시라 (김C의 추천사 中 13p)

책장이 하나 둘 넘어가면서 메모가 많아져 갔다. 표시해뒀다 한번쯤 다시 펼쳐보고 싶어져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덧붙여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촉촉히 젖어드는 봄비처럼. 이야기가 점점 내게 스며들어갔다.

죽기 전날 알렉스는
앵무새 특유의 목소리로 혀를 굴리며
박사에게 마지막으로 세 마디 말을 남겼다.
"잘 지내."
"다음에 또 봐."
"사랑해." (41p)
읽으면서 제일 슬펐던 알렉스 에피소드. 앵무새보다 많은 단어를 알고있음에도 표현하는 말이 적었기에 더 먹먹하게 봤다.
짧은 글 속의 긴 여운이랄까...
작은 표현이라도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법인데 그걸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내재된 감성을 툭툭 건드려 일깨우고 토닥거려준 이야기들. 사실 이야기자체는 이렇게 특별한 것이 없다.
보통의 사람. 보통의 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주변에서 일어날법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글. 오히려 그런 글이기에 더욱더 공감할 수 있었다.

시를 쓰는 사람들은 참 이상한 취미가 있다.
지금은 봄도 아니고
또 가을도 아닌데
문장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참 뒤숭숭하게 만든다.
그나저나 어떤 바람이 됐을까.
방금 나를 지나간 바람은. (72p)
나무에 바람이 불면 녹색바람, 꽃에 바람이 불면 꽃바람이라고 말하는 시.
나도 덩달아 뒤숭숭하게 만들어놓았지만 작가는 담담한 듯 위와같이 서술한다. 이런 문체에서 즐거움과 아련함을 동시에 느낀다면 아이러니할까..
위로와 공감 그리고 그냥 넘겨버릴 문장이 아니라 한번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글. 그래서 읽는 내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한 편집이 정성스러운 이 글에 더욱 잘 어울려서 기억에 남았다.
아래의 사진처럼 이렇게 소제목들의 세심한 배치가 눈에 띌때마다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었다. 마치 조용한 배려같아 보여서...

제목부터 마음이 안녕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던 책. 그래서일까. 이야기의 끝에서 작가는 같은말을 한다.

곰이 푹신한 나뭇잎을 모아다 겨울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다 겨울 양식을 미리 땅에 묻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 역시
부지런히 겨울 맞을 채비를 한다.
따뜻해질 준비를 한다. (278p)
작지만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 따뜻한 시선, 서로의 공감.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은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글이었다.
천천히 책장을 넘겨야하는 이야기였음에도 어느새 아쉽게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마치 어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듯 조곤조곤하게 속삭이는 듯한 글은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만들어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따뜻한 봄날 마음이 더 따뜻해지길 바란다면 조용히 이 책을 집어들어 읽어볼 것을 권유해본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이 바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버틸 수 있는 위로와 힘이 되어주기를 나도 작가와 함께 바라본다.
